
[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수원에 '약속의 8회'가 강림했다. 하지만 그 주인공은 홈팀이 아닌 원정팀 롯데 자이언츠였다.
롯데는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주중시리즈 2차전에서 8회초 터진 레이예스의 2타점 역전 결승타를 앞세워 4대3,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전까지 두 팀은 공동 4위를 기록중이던 상황. 따라서 롯데는 이날 KT에 패했다면 최소 5위까지 추락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벼랑끝 뒤집기에 성공하면서 오히려 3위 탈환에 성공했다. 35승째(3무29패)를 기록, 이날 패한 삼성 라이온즈를 제쳤다.
반면 KT는 상위권 도약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막강 마무리 박영현까지 투입하고도 역전패를 허용한 것이기에 더욱 뼈아팠다. 30패째(34승3무)를 기록하며 5위로 주저앉았다.
이날 롯데는 장두성(중견수) 고승민(지명타자) 레이예스(우익수) 전준우(좌익수) 김민성(3루) 전민재(유격수) 정훈(1루) 한태양(2루) 정보근(포수) 라인업으로 나섰다. 손호영 대신 한태양이 투입된 내야가 눈에 띈다. 선발은 데이비슨.
KT는 배정대(중견수) 김상수(유격수) 안현민(우익수) 장성우(지명타자) 로하스(좌익수) 허경민(3루) 이호연(1루) 오윤석(2루) 조대현(포수)으로 맞섰다. 전날 18안타 12득점을 몰아친 기세를 그대로 이어가기 위한 라인업이 돋보인다. 선발은 외인 에이스 헤이수스.
이날 경기전 롯데는 시즌초 8연승을 질주하며 다승 1위로 나섰던 '안경에이스' 박세웅을 1군에서 말소했다. 리그 투구수 1위인 박세웅에게 휴식을 주는 한편 질책성 의미도 담긴 말소다. 김태형 롯데 감독 입장에선 박세웅의 부진이 시작된 이래 한달 가까이 발휘한 인내심에 마침내 한계가 온 모양새다. 치열한 순위싸움의 와중에 토종 에이스를 말소한 선택이 돋보인다.
박세웅은 최근 5경기에서 승리 없이 4패, 평균자책점 8.67로 주저앉았다. 전날 KT전은 특히 충격적이었다. 5이닝 동안 홈런 2개 포함 장단 12안타를 두들겨맞으며 무려 8실점, 올해 최악의 피칭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자기 공에 확신을 가져야한다. 그러지 못하면 공이 가운데로 쏠리기 마련이다. 박세웅은 자기 구위를 다 활용하질 못한다“며 아쉬운 속

내를 토로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오원석부터 이호연, 이정훈 등 트레이드 영입파들의 맹활약에 “우리 팀이 트레이드를 참 잘한다. 나도현 단장님 능력이 좋다“며 웃었다. 오원석이 스텝업한 이유에 대해서는 “투구폼이 간결해졌고, 마음 편하게 던지고 있다. 또 좋은 투수들과 함께 하다보니 시너지 효과가 큰 것 같다. 특히 소형준의 장점을 오원석이 다 흡수하고 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이날 선취점은 롯데가 먼저 따냈다. 매회 안타를 치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롯데는 2회 선두타자 김민성이 2루타로 출루했지만, 후속타 불발로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3회초 2사 1,2루에서 39세 노장 캡틴 전준우가 1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선발 데이비슨도 모처럼 뜨거운 존재감을 보여줬다. 최고 152㎞에 달하는 직구에 다양한 변화구를 섞으며 KT 타선을 흔들었다. 특히 1회 불방망이를 휘두르던 배정대-안현민을 삼진 처리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2~3회도 실점없이 잘 넘겼다.
하지만 4회가 고비였다. 롯데는 4회초 전민재의 안타 후 정훈의 깔끔한 번트, 정보근의 볼넷으로 2사 1,2루 찬스를 잡았지만, 득점으로 이어가지 못했다.
곧바로 KT의 반격에 직면했다. 선두타자 로하스가 안타, 허경민도 볼넷으로 출루했다. 데이비슨은 이호연 오윤석을 연속 삼진처리하며 흐름을 되찾은듯 보였다.
하지만 복병 조대현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았고, 그 아쉬움이 가시기도 전에 배정대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허용하며 순식간에 1-3으로 역전됐다.
롯데는 5회와 7회 2사 1,2루 찬스를 잇따라 살리지 못했다. KT 선발 헤이수스는 6이닝 1실점으로 쾌투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KT 벤치는 전용주 원상현 김민수를 잇따라 투입했다.
하지만 롯데의 방망이가 한수 위였다. 8회초 선두타자 전민재가 볼넷으로 출루했고, 1사 후 한태양의 안타로 1사 1,2루가 됐다. 바뀐 투수 김민수는 볼넷으로 만루.
KT는 마무리 박영현의 조기투입을 선택했다. 박영현은 장두성을 삼진처리했지만, 고승민에게 스트레이트 밀어내기 볼넷을 내준데 이어 레이예스의 2타점 적시타가 터졌다. 롯데가 단숨에 승부를 뒤집었다.
롯데는 8회 최준용, 9회 김원중이 실수없이 경기를 마무리하며 전날 패배를 기분좋게 설욕했다. KT는 9회말 이정훈의 2루타로 마지막 반격을 노렸지만, 김원중은 배정대 김상수를 잇따라 잡아내며 경기를 마무리짓고 시즌 16세이브째를 완성했다.
수원=김영록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