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외국인 투수 2명이 빠진 상황에서 선수들이 완벽히 돌아올 때까지 버티는 게 목표였는데, 공백을 조금이나마 메꾸며 불펜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어 다행이다.“
KIA 타이거즈 김건국이 모처럼 웃었다. 김건국은 1일 광주 SSG 랜더스전에 선발 등판해 4⅓이닝 69구 4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2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김건국이 가능한 긴 이닝을 버텼기에 KIA는 SSG와 팽팽한 흐름을 이어 가면서 뒤집기 승리를 할 수 있었다. 5회 오선우의 동점 2타점 적시타와 7회 고종욱의 결승타가 터지면서 3대2로 역전승했다. 4위 KIA는 3연승을 질주하며 시즌 성적 42승34패3무를 기록, 3위 롯데 자이언츠와 0.5경기차까지 거리를 좁혔다.
이범호 KIA 감독은 경기 뒤 “오늘(1일) 경기는 투수 쪽에서 힘을 내줬다. 김건국이 4이닝 이상을 투구하면서 대등한 경기를 만들어줬고, (불펜은) 최지민부터 마무리 정해영까지 완벽한 모습이었다“고 칭찬했다.
김건국은 “목표로 했던 5이닝을 채우지 못해 조금 아쉽긴 하지만, 5회초에도 올라가 최대한 길게 던져 팀 승리에 도움이 된 것에 만족스럽게 생각했다. 내가 등판한 경기에 팀이 연승을 이어 나갈 수 있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실 김건국은 지난 5월 불의의 부상으로 이탈했다. 5월 18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에 등판했다가 김재환의 타구에 종아리를 맞았다. 큰 부상은 피했으나 1군 엔트리 말소는 불가피했다.
김건국의 부상 이탈을 대신해 1군에 등록된 투수가 성영탁이었다. 성영탁은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10라운드 전체 96순위로 KIA에 입단한 프로 2년차 우완. 입단 당시 직구 구속이 시속 130㎞ 후반대로 느린 편이라 입단 첫해는 2군에서 몸을 만들고 구속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고, 올해 최고 구속 147㎞를 찍고 1군에서 기회를 얻었다.
성영탁은 지난달까지 KIA 마운드에서 가장 빛나는 선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달 21일 인천 SSG 랜더스전까지 17⅓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 갔다. KBO 역대 데뷔전 이후 최장 연속 이닝 무실점 3위 기록, 구단 역사에서는 신기록이었다.
김건국은 자신의 바통을 넘겨받은 성영탁의 활약상을 지켜보며 얼마나 다시 1군 마운드에 서고 싶었을까. 올해 나이 37살인 베테랑 김건국은 앞으로 남은 기회가 그리 많지 않기에 더 조

급했을 수도 있다.
묵묵히 2군에서 몸을 만들며 기회를 기다린 김건국은 에이스 제임스 네일을 대신해 1군으로 올라왔다. 이 감독은 16경기에서 97⅓이닝을 던진 네일에게 휴식을 줄 적기라고 판단해 지난달 23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네일의 빈자리를 대신할 투수로 김건국이 낙점됐다.
김건국은 2번의 기회에서 자기 몫을 어느 정도 해냈다. 첫 선발 등판이었던 지난달 2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3이닝 1실점을 기록했고, 팀은 5-5로 비겼다. 이날은 승리의 발판을 마련하는 투구를 펼쳤다. 2경기에서 1승1무면 대체 선발투수로 훌륭한 성적표다.
김건국은 “부상 복귀 이후 바로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프로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어려운 점은 없었다. 오늘(1일)도 전력분석 코치들과 준비했던 내용들이 경기에 도움이 되었고, 포수 김태군이 사인을 잘 내줘서 믿고 던져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이야기했다.
KIA는 올해 유독 부상자가 많아 애를 먹었지만, 지난달부터 1군 경험이 부족했던 젊은 선수들이 힘을 내기 시작하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6월 승률 1위를 기록하면서 상위권 싸움의 판도를 바꿀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달 많은 힘을 쏟았기에 자칫 지칠 수도 있는 상황.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 김건국은 투수들에게 좋은 버팀목이 되고 있다. 김건국은 2006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6순위로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을 정도로 촉망받는 유망주였지만, 팔꿈치 부상 여파로 방출된 뒤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를 거쳐 NC 다이노스, KT 위즈, 롯데까지 여러 팀을 전전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 갔다. 2021년 시즌 뒤 롯데에서 방출되면서 1년 동안 소속팀 없이 은퇴 위기에 놓였었지만, 절실하게 버틴 끝에 KIA 입단 테스트 기회를 얻어 2023년 입단했다.
김건국은 KIA에서 3시즌 통틀어 39경기에서 2패, 72이닝, 평균자책점 7.13을 기록했다. 빼어난 성적표는 아니지만, 팀이 필요로 할 때마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며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방출생의 기적이다.
김건국은 “외국인 투수 2명이 빠진 상황에서 선수들이 완벽히 돌아올 때까지 버티는 게 목표였는데, 공백을 조금이나마 메우며 불펜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어 다행이다. 후배 선수들에게도 어느 때보다 더 우리 임무를 잘해야 할 때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경기에 나가지 않더라도 항상 나갈 준비를 하고, 경기 전 준비하는 과정을 철저히 하자고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남은 경기에서도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며 팀 승리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광주=김민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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