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신림/정다윤 인터넷기자] 모든 시작은 서툴 수 있지만, 그 서툼은 곧 가능성이기도 하다. 삼선중 이승호(195cm, C)의 이야기다.
삼선중은 12일 광신예고체육관에서 ‘2025 한국중고농구 주말리그’ 남중부 서울·경인·강원 A권역 삼일중과의 맞대결에서 73-84로 패했다.
28-47로 후반을 맞은 삼선중은, 3쿼터에서 간극을 서서히 좁혔다. 삼선중의 외곽이 불을 뿜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 2학년 이승호가 있었다. 후반에만 3개의 3점슛을 터뜨리며 추격의 고삐를 당겼고, 한때 20점 차까지 벌어졌던 스코어를 7점까지 줄였다. 팀은 끝내 승부를 뒤집지 못했지만 이날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이승호의 손끝에서 만들어졌다.
이승호는 이날 28점(3점슛 4개) 1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더블더블을 완성했다. 내외곽을 부지런히 오가며 묵묵히 책임을 다했다. 슛은 연거푸 림을 갈랐고 코트 위엔 흐름이 바뀌는 소리가 났다. 3쿼터에만 13점을 몰아 넣었고, 그 점수를 따라붙는 동시에 분위기를 뒤흔드는 득점이었다.
경기 후 만난 이승호는 “오늘 초반에 수비와 공격 모두 밀렸다. 초반에 더 잘했으면 승리했을 것 같은데 아쉽다. 슛이 잘 들어가서 점수차를 좁히며 따라간 3쿼터부터 조금씩 풀려서 좋았는데 4쿼터 끝까지 잘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패배의 아쉬움을 전했다.
이승호에겐 4쿼터 아찔한 장면이 있었다. 4쿼터 추격 중 충돌 상황에서 코에서 피가 흘렀고 그는 잠시 코트를 떠나야 했다. 지혈을 마친 뒤에 주저 없이 다시 코트로 나섰다. 출혈이 있음에도 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이승호는 “다시 코트로 들어갔을 때 무섭다기보다는 점수를 따라잡아야 해서 빨리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냥 바로 뛰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아프긴 했지만 부러진 건 아니라서 괜찮았다”며 승리의 간절함을 엿볼 수 있었다.
사실 이승호는 농구 경력이 길지 않다. 중학교 1학년, 불과 작년에 처음 농구공을 잡았다. 엘리트 농구를 시작한 지도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빠르게 포지션을 넓히고 있다. “처음에 어머니가 해보자고 했는데 재미가 들려서 계속 하게 된 것 같다(웃음). 처음 시작했을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슛 도 잘 못 던졌는데, 이제는 훈련을 하다 보니 많이 늘기도 하고 전보다는 잘 하게 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플레이 스타일을 센터에서 시작해 점점 외곽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그만큼 훈련량도 늘었다. 이승호는 “코치님은 항상 기본적인 리바운드나 궂은 일, 상대가 떨어지면 슛을 많이 쏘라고 하신다. 그런 기본에 집중하다보니 오늘 3쿼터에서 득점이 잘 나온 것 같다”며 “골밑에서 플레이 하다가 올해는 외곽으로 많이 나오면서 하니 적응하고 있다. 평소 슛 훈련을 할 때도 더 열심히 쏘고 드라이빙할 때는 더 낮고 빠르게 하려고 하다보니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슛을 던지는 순간마다 이전과는 다른 자신을 꺼내 보였다. 이승호는 “슈팅 쏠 때 팀원들이 패스도 세게 주고 받아서 빠르게 쏘는 연습을 하니 슈팅이 더 잘 쏠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다. 많이 던지니까 자신감도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감은 결국, 반복으로부터 오는 것이었다.
경기 후 만난 한규현 코치도 이승호에 대해 “포스트랑 외곽 다 잘할 수 있는 선수로 육성시키고 있다. 작년까지는 센터 위주로 플레이했고, 내년에는 파워 포워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 중이다. 플레이 변화엔 60% 정도 적응한 것 같고, 내년이면 더 좋은 모습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엘리트 농구를 한 지 오래되지 않아 농구에 대해 모르는 게 있다. 그러나 그런 농구에 눈을 뜬다고 해야되나? 그런 부분에 있어 더 성장하면 기대되는 선수다”라고 설명했다.
이승호는 이번 주말리그 3경기에서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평균 22점, 평균 3점슛 성공 개수 3개를 기록했다. 단지 점수만 쌓은 게 아니라 성장을 조금씩 증명한 셈이다. 이승호는 “같이 뛰는 팀원들이 패스 플레이를 많이 하다 보니 내게 찬스가 많이 오는 것 같다. 특히 2학년인 신인범이나 3학년 이민준 선수도 호흡이 잘 맞는 것 같다. 내가 스크린을 걸거나 핸드오프를 주면 알아서 패스를 준다. 내가 패스를 만들어 줄 때는 민준이 형이 슛을 잘 넣어주기에 합이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경기장 밖에서는 조금 더 유쾌하고 순하다. “신인범 선수와 이주환 선수랑 같은 반이 돼서 친하다. 서로 잘 챙겨주고 간식도 잘 준다. 먹을 거는 다 좋다(웃음)”며 수줍게 웃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는 프로에 진출하고 싶고,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선수가 되겠다”며 당찬 포부를 전했다.
이승호는 아직은 배워가는 중이지만 그 속도와 자세가 이미 한 걸음 앞서 있다.
#사진_점프볼DB(정수정 인터넷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