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세대학교가 또 한 번 새로운 시도에 나선다.
연세대 체육위원회는 선수들의 부상과 재발 방지 그리고 정확한 진단을 위해 새로운 기구를 만든다. 정식 명칭은 외과학·의무지원센터다.
체육교육학과 교수이자 체육위원장인 이세용 교수를 중심으로 외과학·의무지원센터 메디컬 디렉터로는 송경택 교수가 나선다.
외과학·의무지원센터가 설립된 배경은 이러하다. 현재 연세대 운동부(5개) 소속 학생 선수들의 응급상황과 부상, 건강관리에 대한 대처가 각 운동부마다 차이가 있으며 선수들의 부상 정도에 대해 정확한 진단이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이세용 교수를 중심으로 한 체육위원회는 선수들의 부상과 관련해 하나로 통합된 기구 설립에 대한 필요성을 어필했다.
이세용 교수는 “지난해부터 체육위원장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운동부 팀들과 관련된 업무는 2012년부터 도맡아 해왔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운동부 전력의 50% 이상은 부상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팀에 부상자가 없다면 전력은 120%까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부상을 입은 후 운동을 해야 하는 환경에 노출되는 선수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다. 예방도 중요하지만 부상 이후 올바르게 관리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이전에는 그러한 시스템이 없었다. 시스템이 없이 선수들 부상 관리를 하려다보니 고생은 하는데 성과는 잘 나오지 않았었다. 늘 안타까움이 마음 한 켠에 있었는데 지난해부터 체육위원장이 되었고 예산부터 검토해보니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사실 이세용 교수 홀로 이러한 일들을 모두 처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또 정확한 진단 이후 외학적인 판단을 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이 과정에서 이 교수는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낸다. 바로 국내 최대 상급종합병원인 세브란스 병원을 활용하기로 한 것. 국내 최초의 근대식 종합병원인 세브란스 병원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축적된 데이터와 노하우가 있을 터.
세브란스 병원에서는 헤드팀 닥터로 이지원 교수(가정의학과), 최윤락 교수(정형외과), 이상철 교수(재활의학), 정현수 교수(응급의학), 김지혜 교수(선수 검진 및 재활), 장원석 교수(신경외과), 홍성진 교수(심장내과)가 외과학·의무지원센터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이에 이세용 교수는 “세브란스 병원의 의사 선생님들과도 공감대가 형성이 되었다. 학생 선수들에게 있어 근, 골격계 부상은 커리어가 끝나는 정도이지만 심장과 관련해서는 생명과도 연결이 된다. 그렇기에 심장내과 쪽에서 홍성진 교수님이 참여해주셨다. 우선 각 부서별로 트레이너, AT를 전공으로 한 대학원생 등 총 8명과 행정직원들로 구성이 되었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각 운동부 별로 부상과 관련된 모든 정보들이 중앙으로 모이게 된다. 그렇다면 외과학·의무지원센터에서 초기 판단을 한 후 결정까지 내리는 핫 라인이 구축되는 것이다. 또 가정의학과 같은 경우는 질병과 상해에 관련해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내부적으로 처치가 가능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대학은 물론 한국 스포츠의 최정점인 프로에서도 이렇게 내부적으로 선수들의 부상 상태와 처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팀은 많지 않다. KBL에서도 선수가 부상을 당할 시 외부 병원에서 검진을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외국 선수의 경우에는 부상으로 인해 교체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KBL이 지정한 병원에서 검진을 받아야 한다.
또 급여가 없고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대학 선수들 입장에서는 스스로 재활을 하거나 아픈데도 참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계속해서 통증을 참다가 해당 부위가 만성 질환으로 이어져 선수 생활 이후까지 고생을 하는 경우도 잦다.
이세용

교수 또한 이에 공감했다. “잘못된 환경이었다고 생각이 드는 것이 개인 병원들 같은 경우에는 홍보 차원에서 이용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빠른 트랙으로 가기 위해 개인 병원도 좋지만 올바른 처치와 치료는 종합 병원에서 더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또 보험 수가 문제도 있다. 수술 후 상태가 호전되면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또 개인 병원에서 재활 프로그램을 진행하긴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정확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또 외부에서 치료를 마친 후 선수가 팀에 복귀했을 때 소속감을 잃게 되는 문제도 고려했다“라고 말했다.
사실 이세용 교수는 체육위원장이라는 직함과는 별개로 발목 재활과 관련해서는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권위자다. 지난해 10월 이세용, 송경택 교수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국제 발목 심포지엄(International Ankle Symposium)에서 최우수연구상인 학회 창립자상을 수상했다
또 이세용 교수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연구소의 의과학 위원장도 역임하고 있다. IOC에서 질병 예방과 치료 등을 위해 설립한 연구소는 전 세계 10개 밖에 없으며 이세용 교수가 동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이 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이 교수는 “농구는 12명 이상의 선수로 구성이 되어있지만 최소 8명이 엔트리에 있어야 하는데 작년 같은 경우는 그게 잘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전력에 차질이 있었기에 선수들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싶었다. 부상으로 나가서 치료를 마쳤다고 해서 돌아오면 감독님들은 치료를 마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것들이 반복되면 선수 생명도 줄어들 것이고 좌절감도 있을 것이다. 부상→치료→재발 이 굴레를 반드시 없애야겠다는 의지가 컸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세용 교수는 “지난해 타 학교 선수가 전지훈련 도중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학교에서도 선수들의 건강 상태에 대해 체크를 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선수는 다행히 없었지만 시스템을 정립해야겠다는 내 생각과 상황이 잘 맞물렸다. 물론 가장 힘든 것은 예산 확보다. 외과학·의무지원센터라는 조직을 만들어 시스템을 구축한 후 선수들의 재활 과정을 인스타그램을 이용해 홍보도 할 생각이다. 전국 대학에서 공식적으로 이러한 기구가 만들어지는 것은 처음일 것이다. 이 과정들을 보며 주변 체육인들과 체육 관련 대학 관계자들이 필요성을 느끼고 발전시키다보면 대학 스포츠가 더 발전할 것이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라고 힘줘 말했다.
외과학·의무지원센터는 5월 중 열릴 예정이지만 농구부 선수들은 지난 동계 훈련부터 이세용 교수에게 면밀한 컨디셔닝 프로그램과 체력 훈련을 받아왔다. 처음에는 힘들어하는 선수가 많았지만 이내 잘 따라왔고 그렇기에 연세대는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5연승을 질주하며 대학농구 U-리그에서 5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선수들 역시 만족감을 드러냈다. 주장 이규태는 “이세용 체육위원장님부터 많은 전문가분들이 도와주시다보니 초반부터 확실히 폼이 올라오는 것 같다. 정식적으로 외과학·의무지원센터가 열리면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제가 4학년 때 이런 것들이 만들어져서 아쉽기도 하지만 그 전에도 학교 관계자분들께서 워낙 잘 챙겨주셔서 감사하다. 또 후배들에게 기회가 돌아가서 만족한다“라고 웃어보였다.
이번 시즌 절정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이주영은 “세브란스 병원은 국내에서도 최고라고 손꼽히는 병원이다. 학교와 연계되어 치료를 할 수 있게 되어 연세대 구성원으로써 자랑스럽기도 하다. 또 학교 내부에 이런 센터가 있으니 신뢰가 가기도 한다. 몸을 더 끌어올려서 더욱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라고 다짐했다.
25학번으로 새롭게 연세대에 합류한 아기 독수리 구승채는 “시즌 중에 부상자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센터가 만들어지면 팀에는 굉장히 좋을 것이다. 이러한 학교에 입학할 수 있어서 자부심이 느껴지고 시설도 점점 좋아지는 것 같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농구를 배운다면 추후에 프로에 도전할 때도 좋게 작용하지 않을까“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사진 = 이종엽 기자, 대학농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