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조영두 기자] CJ ENM은 올 시즌부터 프로농구 중계를 맡고 있다. 지난해 6월 KBL과 방송중계권 계약을 통해 2024-2025시즌부터 2027-2028시즌까지 프로농구의 생생함을 안방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그 중심에는 장종혁 PD가 있다. 프로농구 중계를 담당하고 있는 장종혁 PD는 차별화된 중계와 콘텐츠를 위해 고민 중이다. 이번 시즌 페이크블, 레프리캠, 올스타게임 프리뷰쇼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호평을 받았다. 하루하루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장종혁 PD의 이야기를 담아봤다.(인터뷰는 3월 21일에 진행됐습니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4월호에 게재됐으며 인터뷰는 3월 21일에 진행됐습니다.점프볼 독자들에게 소개를 해달라.안녕하세요. tvN SPORTS의 장종혁입니다. SPOTV에 있다가 tvN SPORTS 채널 생기기 전 CJ ENM으로 이직했다. tvN SPORTS 개국 준비를 같이 했다. 작년에 열린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메인 PD였고, 선배와 야구 티빙슈퍼매치도 했다. CJ ENM이 프로농구 중계권을 가져오면서 올 시즌부터 농구를 맡고 있다.
경기 날에는 어떤 업무를 맡고 있는지?주중에는 회의가 많아서 체육관에 자주 가지 못한다. 그래도 중요한 경기는 직접 가려고 한다. 주로 주말에 체육관으로 간다. 중계차에서 메인 PD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 CJ ENM이 프로농구 중계를 맡는다고 했을 때 어떻게 준비했는지?보통 tvN 하면 젊고 도전적인 이미지가 있다. 내부에서도 tvN다운 걸 하라는 오더를 받았다. 결국은 차별화가 중요했다. KBL은 지난 시즌까지 SPOTV 이미지가 강하지 않았나. 그걸 탈피하는 게 첫 번째였다. 그리고 우리가 줄 수 있는 차별화를 고민했다. 중계라든지 콘텐츠를 어떻게 CJ ENM스럽게 할지 기획을 많이 했다.
올 시즌 개막 전 페이크 다큐멘터리 ‘페이크블’이라는 색다른 시도를 했다.
우리 강점은 콘텐츠다. 어떻게 하면 농구를 많이 홍보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식상한 프리뷰쇼보다 콘텐츠로 홍보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대신 콘텐츠를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걸로 보여드리고 싶었다. 이상면, 김건우 PD와 셋이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10개 구단 특징을 팬들에게 쉽게 전달해드리고 싶었다. 팬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페이크블을 만들게 됐다.
배우 권율의 역할이 컸는데?우리나라에 NBA 좋아하는 연예인은 많은데 KBL 좋아하는 연예인을 찾으려니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권율 배우와 인연이 닿아서 10개 구단을 다 돌게 됐다. 완성도가 높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핑계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이렇게 홍보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권율 배우가 너무 적극적으로 해줬다. 배우가 가니까 감독님, 선수들도 더 열심히 협조를 해줬던 것 같다.
심판 시점에서 보는 레프리캠 도입도 색달랐다. 차별화할 수 있는 앵글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아마 모든 연출하시는 분들의 똑같은 고민일 거다. 심판은 선수들과 같이 뛰니까 앵글이 역동적일 것 같았다. 장비가 꽤 비싼데 회사에서 투자를 많이 해주셨다. 팬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는 다양한 앵글이 뭐가 있을지 계속 고민 중이다.
KBL 심판부 반응은 어땠는지?생각했던 것보다 긍정적으로 받아주셨다. 처음에 귀와 가슴에 다는 카메라 2개를 준비했다. KBL 컵대회에서 시착을 해봤다. 얼마나 실시간으로 영

상 송출이 잘 되느냐가 관건이었다. 귀에 카메라를 달면 가슴보다 더 흔들리지만 시선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더 좋다고 생각했다. 경기 시작 20분 전에 감독님이 심판에게 카메라를 직접 채워주셨다. 경기 중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하프타임에 다시 잡아드리곤 했다. 심판들도 고생을 많이 하셨다. 심판부에서 레프리캠 영상을 교육 자료로 쓴다고 해서 드리기도 했다.
올스타게임에서는 라이브로 프리뷰쇼를 진행했는데?여기서도 차별성을 가장 먼저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홍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올스타게임 프리뷰쇼는 시즌 전부터 준비했고 정용검 캐스터, 전태풍 전 선수, 하지원 치어리더를 섭외하게 됐다. 김선형(SK)과 이정현(삼성), 허웅(KCC)과 허훈(KT), 유기상(LG)과 변준형(정관장)까지 3개 조로 나눠서 진행했는데 사실 시간이 부족했다. 조금 더 분량이 많았다면 좋았을 것 같다. 다음엔 시간을 좀 더 늘려볼 생각이다.
시즌 중반에는 레프리캠 대신 드론을 도입했다. 드론 역시 시즌 개막 전 기획안에 다 준비되어 있다. 시즌 초반에는 드론 대신 레프리캠을 통해 추이를 지쳐봤다. 후반기에는 드론으로 찍는 전체적인 구도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속공이 많은 팀들에게는 드론으로 찍는 전체적인 앵글이 너무 좋더라.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봤다.
최근 농구 용어 설명 자막으로 팬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2월 휴식기 때 모든 중계진이 다 모여서 전체 회의를 했다. 그때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가 농구 명칭, 용어를 다 통일해야 된다는 의견이었다. 작전도 쉽게 설명해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뜻을 모았다. 그래서 중계 화면 스코어 보드 위에 용어 설명을 넣게 됐다. 예를 들어 중계 중 디나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뜻을 자막으로 바로 띄운다. 이후 슬로우 장면이 나오면서 디나이가 뭔지 해설위원이 설명을 해주신다. 앞으로는 해설위원에게 펜을 드리려고 한다. 그림을 그리면서 설명해드리면 시청자들이 보시기에 더 좋지 않을까 싶다.
농구 용어 준비는 어떻게 했는지?기록원, 출연진, 해설위원들이 용어 의미 30~40개 정도를 다 정리했다. 경기 전 맞대결 하는 두 팀 분석을 통해 나올 것 같은 용어 10개 정도를 미리 준비해 놓는다. 그리고 중계진이 말하는 순간 자막을 띄운다. 바로 나갈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 작업을 통해 문제가 없도록 하고 있다.
프로농구 중계를 하며 가장 뿌듯할 때는 언제인지?농구 용어 설명 자막이 기사화 된 적이 있다. KBL과 구단에서도 좋게 봐주시더라. 이렇게 주변 반응이 좋으면 뿌듯하다. 우리가 뭘 하고 있는지 알아주셨을 때 뿌듯함을 많이 느낀다.
반대로 가장 힘들 때는?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다. 내 탓인가 자책을 하기도 한다. 후배 PD들이 정말 열심히 한다. 페이크블 만들 때는 한 달 동안 집에 가지도 못했다. 10개 구단을 직접 찾아다니느라 힘들었다. 다들 열심히 하는데 더 잘 됐으면 한다. 어떤 차별화 된 걸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앞으로 새롭게 기획 중인 중계나 콘텐츠가 있는지?중계 그래픽을 차별화하려고 준비 중이다. 4월에 최종 시연을 할 예정인데 그때 보고 판단하려고 한다. 결과가 괜찮으면 챔피언결정전에 도입할 계획이다. 다음 시즌 특정 경기에 프리뷰쇼를 진행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페이크블에 이어 또 다른 콘텐츠를 고민 중이다.
마지막으로 농구 팬들에게 한 마디?콘텐츠 자체는 너무 훌륭해서 그걸 중간에서 중계를 통해 가감 없이 다양하게 보여드리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중계를 통해 보는 재미를 느끼시고, 농구장도 많이 찾아와주시면 좋을 것 같다. 언제든지 아이디어나 피드백을 주시면 내부적으로 검토해서 반영하도록 할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 사진_박상혁 기자, tvN SPORTS 중계 화면 캡쳐, 티빙 페이크블 챕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