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게 피는 꽃은 언제나 멋지다. 일찌감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다른 꽃들과 달리 깊이 있는 아름다움을 만들어가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가스공사 곽정훈이 그렇다. 첫 스타트는 화려하지 않았으나 가스공사 이적 후 팀의 새로운 허슬 플레이어로 거듭나며 어느덧 없어서는 안 될 주축 선수로 거듭나고 있다.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만들고 있는 곽정훈을 루키가 만나보았다.
*본 기사는 루키 2025년 4월호에 게재됐으며, 인터뷰는 지난 3월 중순 진행됐습니다.
2020년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 무대에 발을 들인 곽정훈. 입단 후 1년이 지나도록 D리그에서만 뛰었던 곽정훈은 이후 KCC에서 조금씩 기회를 얻어갔고, 지난 시즌 처음으로 20경기 이상 출전했다.
FA로 가스공사 유니폼을 입은 곽정훈은 이번 시즌 39경기에 출전해 3.5점 2.4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얼핏 보면 눈에 띄지 않는 기록이다. 그러나 출전 경기 수와 시간 모두 커리어 하이이고 터프한 수비와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로 가스공사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얻고 있다. 이제 곽정훈은 가스공사에서 중요한 로테이션 자원으로 거듭난 상태다.
“너무 많은 기회를 받고 있어요. 시즌 초반에 그 기회를 더 잘 잡았어야 하는 아쉬움도 있죠. 매경기가 끝날 때마다 그때 왜 그랬을까 하면서 혼자 생각도 많이 하고 영상도 많이 보고 있어요. 가스공사에서 형들, 동생들과 경쟁을 하고 있는데 프로라는 게 어디든 경쟁을 피할 수 없잖아요. 결국 경쟁에서 살아나는 사람이 코트에 서는 거니까요. 좋은 경쟁을 하면서 시시즌을 치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곽정훈의 말이다.
올 시즌 가스공사는 압박 수비의 팀이다. 그 부분을 곽정훈도 잘 알고 있다.
“우리 팀은 일단 압박 수비가 먼저거든요. 그걸 감독님도 많이 강조하세요. 그 부분을 잘 해내려고 하고 있죠. 공격적인 부분은 자신감 있게 하라고 다들 얘기하세요. 자신감 있게 슛을 던지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오히려 찬스가 나는데 안 던지면 안 된다는 분위기예요. 그래서 더 자신감 있게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사실 곽정훈이 처음부터 지금처럼 블루워커 타입의 포워드였던 것은 아니다. 부산중앙고 시절에는 한 경기에 60점 이상을 몰아칠 정도로 무서운 스코어러였고, 상명대에서도 에이스를 맡았다.
“고등학교 때는 우리 팀이 부상자가 좀 많았어요. (양)홍석이 형이랑 동기였는데 그때 홍석이 형은 센터로 뛰기보다는 프로에서의 포지션을 고려해서 윙 역할을 많았었죠. 그래서 제가 골밑을 책임지는 상황이었고 그러다 보니 공도 많이 오고 득점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상명대 있을 때는 전부 다 보고 에이스라고 많이 불렀는데 솔직히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했어요. 우리 팀은 5-6명이 다 비슷한 선수라고 생각하면서 저한테 찬스가 오면 득점을 많이 하고 그러다가 저한테 수비가 몰리면 유기적인 움직임을 살려주려고 많이 노력했었어요.“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 스코어러, 빅맨 역

할을 맡았던 경험이 프로에서도 소중한 자신이 되고 있다.
“고등학교 때 센터를 보다가 대학교 때는 포워드를 봤어요. 그렇게 프로에 오다 보니 여기선 작은 선수와 매치업이 되면 힘을 활용해서 그걸 공략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많이 배웠고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1998년생인 곽정훈은 아직 성장에 대한 욕심이 가득한 선수다. 때문에 가스공사 이적 후에도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코치님들이 영상을 많이 보여주시고 저한테 따로 보내주시기도 하세요. 시간 내서 같이 영상을 보기도 하고요. 매 경기 끝날 때마다 영상을 같이 보면서 어떤 부분이 안 나와야 하는지 체크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운동을 자주 나와서 야간이든 새벽이든 슈팅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특히 수비적인 부분에 대한 연습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저보다 작고 빠른 가드 선수들을 데리고 1대1 수비 같은 것들을 많이 연습했죠. KBL에서는 저보다 힘이 좋은 선수도 있지만 빠른 선수들도 있잖아요. 그런 걸 대비해서 많은 연습을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터프한 허슬러가 됐지만, 과거엔 불명예(?)스러운 별명도 있었다.
“제가 고등학교 때, 대학 때 별명이 있었어요. 하이패스였어요.“ 곽정훈이 웃어보였다.
“제 별명이 하이패스였는데 그게 걸리면 다 뚫린다는 의미였어요. KCC에서 신명호 코치님, 가스공사에서 코치님들과 함께 그런 부분을 보완하려고 많이 노력했죠. 수비적인 부분에서 달라진 걸 보여줘야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코치님들이 그러시더라고요. 예전에는 빅맨을 수비하다 보니까 그걸 힘으로 버티만 수비를 했었는데, 프로에서 앞선 수비를 하려면 힘을 썼다가 안 썼다가 강약 조절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요. 그런 부분에서 코칭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부산 남자인 곽정훈은 코트 안팎에서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플레이하는 성격으로도 유명하다.
“평소에도 그런 스타일 같아요. 왜냐면 상대 선수한테 밀리면 안 되니까요. 코트에서는 선후배가 없다는 말 있잖아요. 그런 얘기를 주위에서 많이 들었었고 코트 위에서는 결국 다 경쟁자이기 때문에 더 기죽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저보다 형인 선수들을 상대로 그러기엔 마음이 살짝 불편할 수도 있지만 경기를 할 때에는 최대한 경기에 집중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경기가 끝나고 나면 대신에 따로 연락을 하거나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리죠. 올 시즌에도 3라운드 때 제가 KCC전에서 (전)준범이 형을 밀면서 파울한 적이 있어요. 수비하다가 모르고 나온 상황이었죠. 나중에 준범이 형이 골반 사진을 보내면서 멍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죄송하다고, 고의가 아니었다고 사과를 드렸었었죠.“
올 시즌 가스공사에서 더 날개를 활활 펴고 있는 곽정훈은 더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코트에 나서는 중이다.
“한 경기, 한 경기 치르다 보니 좋은 결과도 따라오더라고요. 더 절실하게 뛰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시즌 목표는 플레이오프 진출입니다. 팀이 플레이오프에 갈 수 있도록 최대한 도움이 되고 싶고 부상 없이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어요. 그리고 앞으로는 54경기 전부를 모두 엔트리에 들면서 꾸준히 게임을 뛸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사진 = KBL, 한국가스공사 농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