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이상준 인터넷기자] 말은 늘 우리와 희로애락을 함께 한다. 농구도 마찬가지다. 선수와 코칭스태프는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감독의 좋은 한마디가 경기를 반전시킬 때도 있다. ‘주간 토킹 체크!’에서는 KBL과 WKBL의 타임아웃과 매체 인터뷰 등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코멘트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준일아 네가 잘해줘야 해” - 강혁 감독 (대구 한국가스공사)
4월 18일 대구 한국가스공사 VS 수원 KT 6강 플레이오프 4차전
“근데 준일아 네가 잘해줘야 해…” 6강 플레이오프 역사상 최고의 타임아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장면은 강혁 감독의 간절한 외침으로부터 시작되었다.
77-75로 근소하게 앞선 4쿼터 종료 40.8초 전, 2대2 마스터 강혁 감독의 선택은 김낙현과 김준일의 픽앤롤이었다.
“준일아. 넘어오면서 스크린 걸고, 24초 시간 보고…. 준일아! 스크린 걸지? 걸면 하윤기가 무조건 스위치 수비할 거야. 그러면 준일아. 파울하지 말고! 빨리 롤을 해야 해. 그리고 (낙현이가)주면 네가 잡아서 해결해줘야 해!”
강혁 감독의 선택은 제대로 적중했다. 김준일은 하프라인을 넘어오기 전, 김낙현을 위해 스크린을 걸며 안정적인 볼 운반을 도왔다. 김준일은 김낙현이 볼을 잡고 하프라인을 넘어오자 이번에는 계시기를 보며 샷클락까지 확인, 완벽한 전술이행을 알렸다.
픽게임의 시작, 김준일이 김낙현에게 스크린을 걸었다. 그러자 김준일의 매치업 상대인 하윤기는 스위치를 하며 김낙현을 막기 위해 빠졌다. 강혁 감독의 치밀한 예측을 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러자 김준일은 곧바로 롤을 했고, 김낙현은 정확한 바운스 패스로 공을 전달했다. 공을 받은 김준일은 훼이크로 바뀐 수비 상대인 문성곤을 제친 뒤 골밑 득점을 올렸다. 이는 수원으로 가는 득점이자 김준일의 경기 첫 득점이기도 했다.
챗GPT 같이 완벽하게 들어맞은 작전. 대구체육관은 이 순간 까꿍이(가스공사 팬 애칭)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

고, 강혁 감독 역시 이례적으로 크게 포효하며 기뻐했다.
강혁 감독의 오차 없는 타임아웃은 경기 종료 후에도 큰 화제였을 정도로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농구는 감독의 역량이 매우 중요한 스포츠라는 것을 다시금 알려주기에 충분했다.
비록 가스공사는 5차전 접전 승부 끝에 KT에 패배(76-78), 대구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는 못했다. 하지만 가스공사는 창단 첫 플레이오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어쩌면 그들이 보여준 끈끈함은 4강에 진출한 KT, 울산 현대모비스 못지않았다.
나아가 이들의 투지는 전신이었던 인천 전자랜드가 2014-2015시즌 플레이오프, 서울 SK와 원주 동부(현 DB)를 상대로 보여준 ‘감동 랜드’의 재림을 보는 듯했다. 가스공사의 다음 시즌이 궁금해지는 결과이자 과정이었다.
“현대모비스만의 농구를 한다? 그렇다면 우승할 수 있다” - 게이지 프림(울산 현대모비스)
4월 17일 안양 정관장 VS 울산 현대모비스 6강 플레이오프 3차전
“기량과 코트 밖 성격은 참 좋은데…. 코트 안에서만 나오는 불같은 성격만 잘 다스리면 좋겠어요.” 시즌 중 조동현 감독이 수 없이 꺼낸 프림에 대한 생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프림은 현대모비스의 시한폭탄과도 같은 존재였다. 기량은 확실하지만, 다혈질 가득한 성격이 그의 가치를 여러 번 깎아내렸기 때문. 그렇기에 프림이 KBL에 첫발을 내디딘 2022-2023시즌부터 지금까지 그가 현대모비스의 좋은 성적을 이끌 것이라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프림은 반전 드라마를 썼다. 정관장과의 6강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평균 21점 7.3리바운드의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기록, 조동현 감독의 플레이오프 첫 시리즈 승리에 선봉으로 나섰다. 그는 코트 내 성격 하나만으로 자신을 평가할 수 없음을 몸소 보여줬다.
계속하여 가치를 증명 중인 프림은 경기 종료 후에는 자신감 넘치는 말까지 전했다.
“지난 3시즌 중 가장 호흡이 좋은 상태다. 우승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적응은 다 했다. 창원 LG가 쉽지 않은 팀인 것은 맞지만, 우리(현대모비스)만의 농구를 한다면 우승은 충분히 할 수 있다.”
과연 프림은 그의 강한 자신감을 실현하여 현대모비스의 8번째 별을 따다줄 수 있을까.
#사진_점프볼 DB(유용우, 문복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