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실=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포수에게도 혹독한 9회였다.
9회초 3루 송구가 빠지지 않았더라면, 9회말 만루 찬스 때 ABS가 아닌 심판이 봤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두산 캡틴 양의지에게 이날 9회는 너무 힘겨웠던 이닝이었다.
9회 3루로 던진 볼이 빠지며 뼈아픈 실점을 허용한 포수 양의지, 실수를 만회할 수 있었던 마지막 타석 주자는 만루, 타자 양의지는 0B 2S서 예상치 못한 ABS 콜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열린 20일 잠실구장.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두산 잭로그와 KIA 네일의 팽팽한 투수전 양상이 이어지며 5회까지 양 팀은 1점도 올리지 못했다.
6회 선두 타자 양의지가 우전 안타를 날리며 출루에 성공하자 양석환이 2루타를 터뜨리며 무사 2,3루 찬스를 만들었다. 이후 김인태와 강승호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2사 2,3루 박준영이 네일 상대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두산이 경기를 리드했다.
두산의 2대0 리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7회 KIA 대타 오선우가 안타를 치고 나갔다. 1사 이후 박찬호까지 안타를 치며 1사 1,2루 득점권 찬스를 만들었다. 이후 김선빈의 적시타, 나성범 2루 땅볼 때 야수 선택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2사 이후 최형우의 적시타까지 터지며 단숨에 경기를 뒤집은 KIA.
6회말 2대0으로 리드를 잡은 뒤 7회초 2대3으로 역전을 허용한 두산 포수 양의지는 아쉬운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3대2 1점 차 타이트한 상황, 9회에도 안방을 지키던 양의지가 연이은 수비 실책

에 고개를 떨궜다. 마무리 김택연이 선두 타자 박찬호에게 안타를 맞은 뒤 무사 1루서 홍종표 번트 타구를 1루 송구 실책하며 무사 2,3루 실점 위기를 자초했다.
수비 도움이 어느 때보다 필요했던 순간 또 실책이 나오며 실점으로 연결됐다. 무사 2,3루 나성범의 우익수 뜬공 때 케이브의 강한 송구가 포수 양의지에게 정확히 도착하며 3루 주자 박찬호는 태그업 후 홈을 밟지 못했다.
이때 2루 주자 홍종표의 리드폭이 크자 송구하려다 멈춘 포수 양의지는 3루 주자 박찬호를 잡기 위해 재빨리 송구했다. 3루수 강승호에게 잡혔더라면 태그로 이어질 수 있었던 순간, 양의지의 송구는 글러브 옆으로 빠져나갔다. 기록은 포구 실책이었지만 송구한 양의지는 박찬호가 홈을 밟은 것을 바라보며 고개를 떨궜다. 이후 위즈덤의 적시타와 한승택의 내야 땅볼 때 유격수 박준영이 실책하며 두산은 추가 실점을 허용했다.
6대2 4점 차로 벌어진 9회 두산의 마지막 공격. 두산 야수들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KIA 마무리 정해영을 괴롭혔다. 선두 타자 김민석의 내야 안타와 정수빈, 케이브의 두 타자 연속 볼넷으로 1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타석에 들어선 양의지는 0B 2S 불리한 카운트에 몰린 상황에서 정해영이 던진 3구째 낮은 직구를 포수 한승택이 몸을 던져 잡아냈다. 분명 일어나 있던 포수 한승택은 하이 패스트볼을 요구했지만, 마무리 정해영의 볼이 너무 낮게 들어온 것이다.
볼이라 생각하고 배트를 내지 않았던 양의지는 ABS 콜을 들은 주심이 스트라이크 삼진을 선언하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ABS가 아닌 사람이 스트라이크 여부를 판단했더라면 볼로 봤을 가능성이 높던 코스였지만 기계는 설정된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한 볼을 놓치지 않았다.
만루 찬스를 허무하게 놓친 양의지는 아쉬운 마음이 컸는지 한동안 타석에 주저앉은 뒤 허탈한 표정으로 더그아웃에 들어섰다.
9회 수비 상황에서 3루 송구가 빠지며 추가 실점을 허용했던 포수 양의지는 9회 만루 찬스에서는 ABS 삼진 콜에 고개를 떨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