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유석주 인터넷 기자] 어느덧 2024-2025시즌 플레이오프가 시작되었다. 반지를 향한 각 팀의 치열한 여정이 시작된 가운데, 지난 일주일을 가장 화려하게 보낸 선수는 누구였을까. 점프볼은 한 주 동안 가장 뜨거웠던 선수를 동/서부 컨퍼런스에서 각각 한 명씩 선정하는 시간을 준비했다. (4월 21일, 한국 기준)
버틀러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플레이 인 토너먼트(vs 멤피스 그리즐리스)와 1라운드 첫 경기(vs 휴스턴 로케츠) 모두 압도적인 공수 존재감을 뽐내며 상대를 집어삼켰다. 중요한 순간 더욱 강해지는 ‘플레이오프 지미’의 면모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특히 버틀러는 골든스테이트의 치명적인 약점들을 모조리 봉쇄했다. 멤피스와 휴스턴 모두 잭 이디, 알페렌 센군이란 위력적인 빅맨을 보유한 팀. 클러치 구간에 ‘스테픈 커리 + 지미 버틀러 + 모제스 무디 + 드레이먼드 그린 + 브랜딘 포지엠스키’ 스몰 라인업을 가동하는 황금 전사들에겐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실제로 골든스테이트는 두 경기 모두 상대에게 리바운드에서 끌려다니며 세컨드찬스 득점을 허용했다. 물리적인 차이는 봄 농구라고 달라지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버틀러는 높이의 열세가 패배까지 이어지게 방관하지 않았다. 평균 4스틸을 생산하는 극한의 압박 강도를 경기 내내 유지, 홀로 상대 빅맨과의 매치업 헌팅을 묵묵히 견뎌냈다. 개인&팀 단위 수비에서 만점짜리 활약을 보여준 버틀러는 공격에선 커리와 원투 펀치를 가동하며 두 경기 연속 55점 이상을 합작했다. ‘조율자’ 드레이먼드 그린의 공수 지원 아래 ‘실책 기반 속공 주도+ 패스 동선 차단 시 아이솔레이션’을 무기로 멤피스와 휴스턴을 쉴 새 없이 두들겼다. 혼자서 팀보다 위대한 갑옷을 지닌 채 칼까지 들고 적진을 누빈 모양새다. 특히 접전 구간에서 승기를 가져오는 득점을 연달아 책임졌고, 중요한 순간 커리만 바라보던 황금 전사들에게 구원 같은 선택지가 되어주었다.
인간이 하는 모든 일엔 ‘이론으로 설명될 수 없는 명제’가 존재한다. 기록과 물리적인 컨디션이 전부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규시즌보다 훨씬 높은 스탯 라인을 유지하면서도 야투율, 3점슛 성공률 모두 50% 이상을 기록해낸 버틀러가 그런 선수다. 과연 ‘플레이오프 지미’는 마이애미 히트 시절 작성한 ‘PIT 참가팀 파이널 진출’의 위대한 서사를 한 번 더 그릴 수 있을까. 위대한 커리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골든스테이트와 샌프란시스코는 그 어떤 곳보다 기적이 필요하다.
동부 컨퍼런스 - 승리하고 나타난 영웅 by 도노반 미첼
‘동부 컨퍼런스 1위’ 클리블랜드가 ‘1승 1패’ 플레이 인 토너먼트 지옥을 뚫고 온 마이애미를 상대로 압도적인 차이를 보여줬다. 그 중심엔 미첼이 있었다. 비록 3점슛은 말을 듣지 않았지만, 2점 야투율 90%라는 무시무시한 정교함과 함께 코트를 폭격했다. 결과도 121-100 대승이었다.
알면서도 부담스러운 마이애미 봉쇄진을 박살 낸 점 역시 인상적이었다. 아무리 버틀러가 없어도 마이애미는 감독 에릭 스포엘스트라가 설계한 ‘끈적한 지역 수비+볼 핸들러 압박’ 수비 시스템을 경기 내내 변칙적으로 가동했다. 각각 챔피언이 되기 직전이었던 2019-2020시즌 밀워키 벅스, 2022-2023시즌 보스턴 셀틱스 모두 해당 수비에 질식하며 무릎을 꿇은 바 있었다.
그러나 클리블랜드는 달랐다. ‘미첼+다리우스 갈랜드+타이 제롬’으로 이어지는 가드 라인업은 클리블랜드의 가장 위력적인 무기인 투맨 게임 생산성을 극대화했고, 세 선수는 도합 85점을 생산하며 타일러 히로와 다비온 미첼이 버틴 상대 백코트를 찍어눌렀다. 템포가 느려지고 선수 개개인의 득점이 중요해지는 플레이오프 전장에서 ‘득점 볼륨을 쌓아주는 정교한 볼 핸들러’는 사기적인 존재에 가깝다. 어시스트 자체가 많진 않았지만, 미첼은 마이애미가 전개하는 압박을 온전히 받아내면서도 다른 동료들이 넓게 공격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는 시작점 역할이 되어주었다. 특히 자렛 앨런, 에반 모블리등 인 게임 동선이 명확한 빅맨 자원들이 에이스로부터 파생되는 그래비티(gravity)를 확실히 누렸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유기적인 농구의 색깔을 잃지 않으며 1차전 압승을 거둔 클리블랜드. 구 르브론 제임스의 시대를 지나 가장 좋은 성적을 선보이고 있는 지금, 과연 미첼과 클리블랜드는 향수를 잊는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첫 발걸음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사진_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