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결국 마무리 교체가 신의 한 수였나.
한화 이글스팬들은 야구 볼 맛이 날 듯 하다. 지난해 개막 후 7연승 행진 때의 희열보다, 더 큰 기대가 들끓고 있을지 모른다.
한화가 비상하고 있다. 개막 직후 줄곧 최하위였다. 지난 8일 4승10패로 바닥을 찍었다. 이후 3연승. 야금야금 승수를 쌓더니 22일 기준, 14승11패 3위다. 7연승에, 최근 10경기 9승1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며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질 것 같지 않은 기세다. 팀이 180도 달라졌다.
개막 초반 한화의 부진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먼저 올시즌에 대한 엄청난 기대감에 대한 압박. 김경문 감독 체제의 온전한 첫 시즌에, 대형 FA 엄상백과 심우준을 영입했다. 새 홈구장도 개장했다. 그 어느 때보다 가을야구에 대한 기대가 뜨거웠다.
하지만 개막 두 번째 시리즈인 LG 트윈스 3연전을 스윕당하며 꼬였다. LG의 기세가 대단하기도 했고, 한화의 방망이가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터지지도 않았다.
또 하나는 마무리 문제였다. 지난해 23세이브를 기록한 주현상이 개막 2연전부터 불안감을 노출했다. '슬로 스타터' 유형이라 구위와 제구가 완전치 않기도 했고, 앞에 필승조들이 너도나도 150km 이상 강속구를 뿌리는 가운데 마지막 투수가 140km 중반대 구속에 머무르니 타자들 눈에는 공이 더 쉬워보였다.
마무리가 흔들리는 모습이 보이면 팀이 어수선해질 수밖에 없는 법. 잡을 수 있

는 경기를 마지막 역전패 당하는 것만큼 야구에서 충격적인 일은 없다.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투수코치는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먼저 팀을 위해 어려운 가운데 이를 악물고 던져준 주현상의 사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부터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다.
대안은 있었다. 김서현. 150km 후반대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 김 감독은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김서현같은 선수가 마무리로 성장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었다. 왜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느냐면, 김서현도 공은 빠르지 마무리로서의 안정감을 어필할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와일드한 투구폼에서 나오는 구위는 압도적이지만, 제구가 흔들리기 일쑤였다. 프로에 와 투구폼을 바꿨다 실패하고, 다시 원래의 폼으로 돌아가 그나마 영점을 잡은 게 작년 중반 김 감독과 양 코치를 만나고서였다. 갑자기 마무리 중책을 맡기면, 압박감에 흔들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독한 마음으로 결단을 내렸다. 마무리 김서현 교체. 대성공이다. 감투를 씌워주니, 신이 나 훨훨 나는 스타일이었다. 지난달 29일 KIA 타이거즈전 첫 세이브. 볼넷 1개가 있었지만, 첫 기회를 살리니 그 다음부터는 탄탄대로였다. 자신감이 붙었다. 12경기 5세이브 1홀드인데 놀랍게도 평균자책점이 0.00이다. 단 1점도 주지 않고 있다.
한 야구인은 “김서현 마무리 카드로 한화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평가한다. 실제 김서현이 세이브를 따내기 시작하면서부터 한화가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단순히 세이브를 많이 기록해서가 아니라, 압도적이고 안정적인 마무리가 있다는 자체가 다른 선수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여기까지만 잘 지켜내면, 절대 뒤집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다른 동료들에게도 자신감을 심어준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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