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잠실학생/최창환 기자] 2025년 4월 23일/외투 괜히 챙겼다
전희철 감독이 경기에 앞서 취재진에게 게임 플랜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바다. 새삼스러울 건 없지만, 수원 KT와의 2024-2025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허용된다면 녹음해서 공개하고 싶을 정도로 귀에 쏙쏙 들어왔다.
전희철 감독은 허훈 봉쇄를 준비했다. “(허)훈이에게 줄 득점은 주고 다른 선수들을 막을지, 훈이를 막을지 고민했다. 일단 훈이를 막는 쪽으로 준비했다. 6강에서의 경기력을 봤을 때 이 부분에 중점을 두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가스공사는 스위치 디펜스를 했지만, 우리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준비한 방향으로 모는 수비를 할 것이다. 윙에서 순간적인 트랩도 쓰고, 코너에 있을 땐 한 발 더 나가서 레이업슛을 시도하지 못하게 할 생각이다. 그러다 보면 3점슛보단 미드레인지 게임을 많이 시도하지 않을까 싶다.” 전희철 감독의 말이었다.
전희철 감독은 또한 “훈이에게는 최대 15점까지는 허용해도 괜찮다. 다만, 우리가 이긴다면 20점 이상을 허용해도 괜찮다. 미드레인지 공간은 주면서 수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족집게 강사가 아무리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강의를 해도 결국 문제를 푸는 건 학생이다. SK는 경기 초반부터 허훈에게 예상보다 많이 실점했다. 1쿼터에 팀이 11점을 올렸는데 허훈에게 내준 득점만 11점이었다. 허훈은 하윤기를 활용한 2대2로 SK의 수비를 무너뜨렸고, SK가 무리한 공

격을 실패해 수비가 정돈되지 않을 때마다 3점슛을 퍼부으며 경기를 지배했다. 전반에 19점(3점슛 5/6)을 몰아넣은 허훈은 3쿼터에 3점슛 라인에서 터프샷까지 터뜨렸다.
사실상 SK의 작전은 실패나 다름없었다. 수비가 무너진 만큼, 이에 맞서 싸울 창이 필요했다. 방패로 때리는 SK가 아닌 펜싱 같은 경기 운영이 필요했는데, 정규리그 MVP 안영준은 점에 그쳤다. 안영준의 개인 플레이오프 최소 득점 2위였다. 1위는 2점.
그럼에도 SK는 65-61로 이겼다. 결국 SK가 지닌 가장 큰 무기는 워니, 속공이다. 속공에 가담하는 워니라면 위력이 배가되는 건 당연한 명제다. 1쿼터 3점에 그쳤던 워니는 2쿼터에 5점 4리바운드로 예열을 마쳤다.
이어 3쿼터에 본격적으로 위력을 발휘, SK가 주도권을 가져오는 데에 앞장섰다. 워니는 3쿼터에 7점을 기록한 가운데 리바운드 후 직접 속공을 전개하는 능력까지 뽐내며 KT 수비를 깨뜨렸다. “결국 워니를 막아야 한다. 정규리그에서 내외곽에 걸쳐 너무 (득점을)내줬고, 파생되는 득점도 많이 허용했다”라는 송영진 감독을 허탈하게 만든 폭발력이었다.
덕분에 전반 속공이 2개에 불과했던 SK는 3쿼터에 3개의 속공을 묶어 20점, 흐름을 가져왔다. 흥을 되찾은 워니는 한동안 선보이지 않았던 플로터를 4쿼터에 연달아 성공하며 KT에 찬물을 끼얹었다. 최종 기록은 23점 9리바운드 4어시스트 3스틸 2블록슛. 단연 SK의 기선제압을 이끈 수훈선수였다.
물론 SK로선 보완해야 할 부분도 명확했던 경기다. 전희철 감독은 경기에 앞서 “이기면 더 좋겠지만, 훈이에 대한 수비 테스트는 오늘(23일) 경기 내에서 끝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워니의 폭발력을 앞세워 이겼지만 허훈에겐 예상보다 많은 득점(24점)과 3점슛(6/9)을 내준 SK. 2차전에서는 어떤 플랜을 준비할까.
#사진_유용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