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유석주 인터넷기자] 4강 첫 경기에 나선 LG가 정규리그 2위의 강함을 증명했다.
창원 LG는 24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2024-2025 KCC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4강 1차전에서 67-64로 승리했다.
LG의 뒷심이 빛난 경기였다. 23일 서울 SK처럼, LG 역시 꽤 긴 시간 휴식을 가진 뒤 경기를 치렀다. 그래서였을까, LG의 3점슛은 24개 가운데 단 5개만 림을 갈랐고(20.8%), 자유투는 12개를 얻어내 딱 절반만 성공하는 등 떨어진 경기 감각을 노출했다. 실제로 LG는 게이지 프림을 중심으로 야투 생산에서 우위를 점한 현대모비스에 전반전을 27-32로 뒤지며 라커룸으로 향했다. (전반전 야투율 : LG 30%, 현대모비스 43%)
그러나 승부는 3쿼터부터 달라졌다. 리드와 별개로, 전반전에만 10개의 실책을 쏟은 현대모비스의 부주의함은 마지막까지 이어졌고, 상대 실책을 전부 득점으로 쓸어 담은 LG는 특유의 하프코트 오펜스까지 살아나며 치열한 접전 끝에 웃을 수 있었다. (후반전 야투율 : LG 52%, 현대모비스 39% / 후반전 실책에 의한 득점 : LG 15점, 현대모비스 0점)
특히 4쿼터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LG가 보여준 수 싸움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마치 체스를 두는 것처럼, 복잡하면서도 유연한 전술 운용으로 현대모비스에 결정타를 날렸다. 과연 그 배경과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단순함을 치밀하게 설계한 LG, 서로 공이 있는 쪽으로 몰린 이유는?
승부처에서 LG가 선택한 방법은 이날 27점으로 가장 뜨거웠던 아셈 마레이를 살 려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투맨 게임을 시도하면 상대는 시작부터 마레이를 견제할 게 분명했기에 단순한 패스 게임을 위해 복잡한 동선을 설계했다. 아래 화면을 보자.
LG가 1점 차 아슬아슬하게 리드를 지키고 있는 상황. 팀의 메인 핸들러를 맡은 양준석이 하프코트도 넘어가기 전 유기상에게 공을 건넨다. 상대가 압박하는 상황도 아닌데 포인트가드가 슈터에게 패스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는 ‘진짜’ 패턴을 위한 준비 동작이었다. 이후 양준석의 동선을 자세히 보자.
자연스레 멀리 있던 유기상에게 수비수가 붙으며 4대4 같은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때 양준석은 림 근처까지 깊게 내려온 뒤, 다시 공 쪽으로 향했다. 장재석과 붙어있던 칼 타마요가 양준석의 동선에 다운 스크린을 걸어줬고, 동시에 마레이도 ‘진짜 투맨 게임’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레이의 스크린을 받은 양준석은 최대한 진행 방향으로 길게 드리블하며 마치 직접 공격할 의사가 있는 것처럼 동작을 취했다. 하지만 이는 속임수였고, 동시에 첫 스크리너인 타마요는 공이 있는 스트롱 사이드(strong side)로 넘어왔다.
자신의 수비수인 장재석을 치워줌과 동시에 동료가 도약할 넓은 공간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LG 전체의 치밀한 움직임은 3점 차로 달아나는 마레이의 화려한 덩크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