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드래프티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이번 시즌이다. 드래프트 당시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던 유망주들이 리그에서 자리를 잡고 있으며 예상하지 못했던 얼굴들의 활약상도 눈에 띈다. 올스타에 선정될 정도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4명의 선수를 중심으로 2021년 드래프티들의 성장세에 대해 짚어본다.
*본 기사는 루키 2025년 4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케이드 커닝햄(디트로이트)
2024-2025시즌 평균 25.7점 6.1리바운드 9.2어시스트
다소 실망스러웠던 2020 드래프트와 달리 2021 드래프트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상위권 지명부터 뛰어난 재능들이 나온다는 평가가 잇달아 등장했다.
기대감 속에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선수는 케이드 커닝햄이었다. 사실 그를 제외하고 제일런 그린, 에반 모블리, 제일런 석스 등 훌륭한 선수들이 출격한다는 소문들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커닝햄 드래프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압도적인 신망을 받았다.
201cm의 장신 가드에 넓은 시야 등 다재다능함을 갖춘 커닝햄은 루카 돈치치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 장신 가드 계열의 벤 시몬스보다 신장이나 운동 능력은 떨어지지만 시몬스가 갖지 못한 슈팅을 가진 선수였다.
오클라호마 주립대 시절 대학 최고의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던 커닝햄. 하지만 프로에서의 출발이 순탄치는 않았다. 발목 부상 여파로 프리시즌 경기에 1경기도 뛰지 못했고 개막전에서도 자취를 감춘 것.
이후 경기에 돌아왔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40%대 초반에 그치는 저조한 야투 효율 속에 평균 17.4점 5.5리바운드 5.6어시스트를 기록한 커닝햄은 신인왕 경쟁 또한 모블리와 스카티 반즈에게 넘겨줬다. 평범한 선수라면 상당한 시즌이었지만 1순위 기대치가 컸기에 완전히 만족할 수는 없는 시즌이었다.
이어진 시즌에는 정강이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며 조기에 시즌을 마감했다. 잦은 부상 이슈에 우려를 드러내는 팬들도 있었다. 하지만 3년차 시즌에 컴백, 평균 22.7점 4.3리바운드 7.5어시스트를 쏟아내며 팀의 확고한 에이스로 자리를 굳혔다.
이에 디트로이트는 모터 시티의 새로운 에이스에게 5년 2억 2,6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안기며 장기 동행을 약속했다. 부상 이력과 저조한 팀 성적에 따른 저평가 등으로 그의 계약에 의구심도 있었지만 디트로이트로선 어쩌면 당연한 선택지였다.
선물을 받은 커닝햄은 이번 시즌 제대로 날아오르고 있다. 평균 25.7점 6.1리바운드 9.2어시스트를 기록, 어느 팀 에이스와 견주어도 쉽게 밀리지 않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퍼포먼스를 바탕으로 커닝햄은 지난 2월 열린 올스타전에 생애 처음으로 출전하는 영예를 안았다.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올-NBA 팀 입성까지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커닝햄의 활약과 더불어 만년 꼴찌로 전락했던 디트로이트도 드디어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오랜만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점점 다가오고 있으며 이제는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약체가 아니다.
스카티 반즈(토론토)
2024-2025시즌 평균 19.7점 7.8리바운드 5.9어시스트
2021 드래프트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선수는 커닝햄이었지만 막상 신인왕을 받은 선수는 반즈였다. 토론토에서 커리어를 출발한 반즈는 신인 시즌 에반 모블리와의 치열했던 신인왕 경쟁에서 승리하며 한 번뿐인 영광을 차지했다.
드래프트 전까지만 하더라도 반즈가 토론토의 유니폼을 입을 것이라고 생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당시 토론토는 파스칼 시아캄, OG 아누노비 등 장신 포워드들을 보유한 상황이었고 반면 가드 포지션에는 약점이 있었다.
토론토가 4순위 지명권을 받았을 때 곤자가 대학의 제2의 즈루 할러데이, 제일런 석스 지명이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들의 선택은 반즈였다. 장신 포워드들을 선호해온 구단 컬러가 묻어나오는 지명이기도 했다.
반즈를 지명한 구단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슈팅에는 약점이 있었지만 공수 모두 다재다능한 능력을 보유해 팔방미인으로의 성장이 기대됐던 선수. 키 큰 드레이먼드 그린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반즈는 신인 시즌부터 평균 15.3점 7.5리바운드 3.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잠재력을 어필했다.
2년차 시즌에는 다소 주춤했지만 지난 시즌 반즈는 윈나우와 리빌딩 사이의 어수선했던 팀 분위기 속에도 힘을 냈다. 평균 19.9점 6.2리바운드 8.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공룡 군단의 중심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했던 토론토 또한 반즈를 기둥으로 낙점했다. 시아캄과 아누노비를 지난 시즌 도중 정리하고 반즈를 중심으로 새 판을 짰다. 여름에는 맥시멈 연장 계약까지 체결하며 힘을 얻은 반즈다.
팀은 플레이오프 진출과 거리가 있지만 반즈는 이번 시즌 또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진짜 승부처는 브랜든 잉그램이 건강하게 복귀해 시즌을 소화해야 할 다음 시즌이 될 전망이다.
때문에 여름 이후 찾아올 2025-2026시즌이 반즈에게는 팀 내 핵심으로서의 제대로 된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잉그램과 더불어 RJ 배럿, 임마누엘 퀴클리 등과의 시너지 효과를 끌어올리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에반 모블리(클리블랜드)
2024-2025시즌 평균 18.7점 9.3리바운드 3.1어시스트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 출신의 모블리도 다른 선수들과 더불어 유력한 상위 지명 후보로 거론됐던 선수다. 드래프트에서는 큰 이변 없이 전체 3순위로 클리블랜드 유니폼을 입었다.
211cm의 장신에 224cm라는 긴 윙스팬을 보유, 제2의 케빈 가넷과 크리스 보쉬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체 조건을 활용한 세로 수비뿐만 아니라 운동 능력이 준수해 미스매치가 적고 외곽 수비까지 가능한 것이 장점이었던 모블리다.
데뷔 초반 그를 제외하고도 클리블랜드에는 빅맨 포지션의 선수들이 많았다. 혼란이 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모블리는 신인 시절부터 수비의 핵으로 활약하며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독주를 펼치던 신인왕 레이스에서 끝내 스카티 반즈에 밀리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클리블랜드 팬들의 모블리를 향한 기대치는 컸다. 이후 클리블랜드는 도노반 미첼을 영입, 영건 코어와 조합하며 본격적인 윈나우 모드에 들어갔다.
다만 뛰어난 수비력에도 모블리를 향한 의문이 들게 했던 점은 빈약한 공격력이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3년차 시즌이 끝난 뒤 맺은 대형 계약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일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을 앞두고 케니 엣킨슨 감독이 부임한 가운데 모블리는 완전히 달라졌다. 빅맨치고는 뛰어난 볼 핸들링 능력과 강력해진 림어택 등을 바탕으로 공격에서도 확실히 위협적인 선수가 됐다.
슈팅 시도도 눈에 띄게 늘었는데 확률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시즌 대비 2배 이상 3점슛 시도가 증가한 모블리는 경기당 3.0개를 던져 38.0%의 성공률을 기록 중이다. 더 이상 슈팅이 약점이라고 분류할 수 없는 수준. 그가 슈팅 우려를 지워버리면서 클리블랜

드의 공격 선택지 또한 훨씬 넓어지게 됐다.
이번 시즌 강력한 수비왕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될 정도로 수비에서의 존재감도 여전하다. 클리블랜드는 개막 후 파죽지세를 달리는 등 시즌 중에 15연승을 2번이나 기록했으며 이대로라면 르브론 제임스 시대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도 꿈이 아니다.
알퍼렌 센군(휴스턴)
2024-2025시즌 평균 19.0점 10.5리바운드 4.9어시스트
센군은 앞서 언급한 3인방보다 데뷔 당시의 기대치는 크지 않았던 선수다. 지명 순번 또한 로터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1라운드 전체 16순위로 지명됐다. 원래 더 앞선 순번까지도 이야기가 나왔지만 센군의 지명은 로터리 지명이 끝난 뒤에야 이뤄졌다.
당시 휴스턴은 본래 16순위 지명 팀이 아니었지만, 오클라호마시티에 미래 1라운드 지명권 2장을 넘겨주고 그를 데려갈 정도로 기대를 걸었다. 센군은 NBA에 입성하기 전 튀르키예 리그 MVP를 받을 정도로 성인 무대에서 기량을 뽐내고 있던 선수였다.
신인 시즌에는 주로 백업으로 출전하면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2년차 시즌부터 그에게 본격적으로 주전 자리가 주어졌고, 성적은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메 우도카 감독이 부임한 지난 시즌에는 커리어 처음으로 평균 20점을 돌파했다.
유럽 빅맨들의 시대가 NBA에 도래한 가운데 센군은 그러한 유형의 선두 주자인 니콜라 요키치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 선수다. 뛰어난 인사이드 득점 기술과 더불어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팀원들을 살려주는 능력도 갖췄다.
이러한 선수들의 장점 중 하나는 운동 능력이나 슈팅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경기력 기복도 크지 않다는 것. 센군 또한 나이는 아직 어린 편에 속하지만 기복이 크게 없는 선수로 팀의 코어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유다.
암흑기를 보내던 휴스턴은 센군과 제일런 그린 등 유망주들의 성장과 이메 우도카 감독의 부임, 베테랑들의 적절한 가세와 함께 강호도 도약했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넘어 서부 컨퍼런스 상위 시드 진입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센군은 앞으로도 휴스턴의 미래로서 어깨가 막중해졌다. 2024년 여름, 구단은 그와 5년 연장 계약을 체결하며 장기적인 동행을 약속했다. 지난 시즌 아쉽게 놓쳤던 올스타에도 선정되는 등 점점 가치를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2020년대 최초의 황금 드래프트?
위에 언급한 올스타 4명을 제외하고도 2021년 드래프트에는 뛰어난 재능들이 많다. 가장 먼저 2순위에 뽑혔던 제일런 그린을 들 수 있다.
다른 선수와는 다르게 대학 대신 NBA G-리그 이그나이트 출신인 그린은 폭발적인 운동 능력과 화끈한 득점력이 최대 강점이었다. 데뷔 전부터 하이-플라이어인 잭 라빈, 자 모란트 등이 비교 대상으로 불리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데뷔 초반에는 다소 어수선할 수밖에 없었다. 이그나이트를 거친 그린은 뛰어난 잠재력을 갖췄지만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내실이 부족했고, 팀 상황이 워낙 열악했다. 당시 휴스턴은 공수 모두 리그 최악 수준이었던 리빌딩 팀이었다.
케빈 포터 주니어와 제일런 그린이 오랜 시간 백코트로 나선 휴스턴은 매 경기 경사가 급한 롤러코스터를 타듯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연차에 비해 상당한 기회와 공격 포제션을 받았지만 효율 면에서는 부족함이 많았다.
이메 우도카 감독이 부임한 3년차 시즌에는 이전보다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많은 이를 실망시켰지만 극적 반전이 있었다. 센군의 부상 이후 좌초 위기에 몰린 팀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11연승을 이끌었다. 지난해 3월 평균 득점만 무려 27.7점에 달했다.
연장 계약과 함께 접어든 이번 시즌에는 휴스턴의 상위 시드 경쟁에 기여하며 성장세를 어필하고 있다. 평균 21.2점 4.6리바운드 3.4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며 운동 능력에 비해 아쉬웠던 수비에서도 이전보다 많이 발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랜도의 원투펀치로 나서고 있는 프란츠 바그너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독일 신성으로 불리는 바그너는 어린 나이에 NBA 팀과 국가대표팀에서 중심 역할을 해내고 있다.
공수 모두에 능한 선수이며 특유의 리듬을 바탕으로 펼치는 스텝이 가장 인상적인 포워드. 큰 키에도 볼 핸들링 능력을 보유해 공격을 이끌 줄 알지만 오프 더 볼 움직임에도 익숙하다. 종합선물 세트와도 같은 선수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초반 함께 팀을 이끄는 파올로 반케로가 장기 부상을 당하자 1옵션으로 나서며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는 시기도 있었지만 건강하게 돌아왔고,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불안한 올랜도를 지탱하는 중이다.
평균 24.2점 5.2리바운드 4.7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는 바그너는 이미 드래프트 당시의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더한 임팩트만 갖는다면 미래에는 충분히 올스타, 올-NBA 팀 선정도 가능한 선수다.
바그너 외에도 뛰어난 포워드들을 대거 배출한 2021년 드래프트의 1라운드. 그중에서도 트레이 머피 3세와 제일런 존슨의 활약이 눈에 띈다.
이번 시즌 팀의 지독한 부상 악령 속에 롤이 늘어난 머피는 평균 21.2점을 쏟아내며 기대치에 부응하고 있다. 불의의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하긴 했지만 폭발력만큼은 어느 유망주에게도 밀리지 않는 선수다. 이미 팀과 연장 계약을 맺기도 했다.
애틀랜타의 주력 포워드인 존슨은 데뷔 첫 2시즌 동안은 이렇다 할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3년 차인 지난 시즌부터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주력 옵션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이번 시즌엔 평균 18.9점 10.0리바운드 5.0어시스트로 평균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부상에 따른 수술로 일찍 자리를 비웠지만 애틀랜타가 디안드레 헌터를 트레이드한 만큼 다음 시즌에 돌아온다면 존슨의 역할은 더 늘어날 수도 있을 전망이다.
7순위로 뽑혔던 조나단 쿠밍가 또한 여전히 팀 농구와의 궁합은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지만 3년차 시즌에 잠재력을 터트리며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시즌이 끝나면 FA 시장에서 적지 않은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백코트에서는 제일런 석스, 조쉬 기디, 캠 토마스가 눈에 띈다. 석스의 경우 강력한 앞선 수비와 더불어 공수겸장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선수.
올랜도의 기대 또한 당연히 크다. 이미 시즌이 시작되기 전 그에게 5년 1억 5,000만 달러가 넘는 대형 계약을 안겨 붙잡은 상황이다.
기디와 토마스는 FA 시장에서의 행보가 기대되는 선수들이다. 시카고 이적 후에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기디는 2월 이후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극적 반등에 성공했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만 따지면 평균 트리플-더블에 가까운 성적을 내고 있는 만큼 다재다능한 장신 가드로서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다.
득점력만큼은 확실한 토마스는 지난 시즌 브루클린의 확실한 에이스로 군림한 것에 이어 이번 시즌엔 평균 24.0점을 쏟아냈다. 다만 같은 부위에 잦은 부상이 생기면서 시장 평가는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필라델피아 이적 후 맹활약으로 댈러스 프런트를 씁쓸하게 만들고 있는 퀸튼 크라임스, 2라운드 신화를 쓴 수준급 수비수 허브 존스, 오클라호마시티의 벤치 주역 애런 위긴스 등 2021년 드래프트의 뛰어난 재능들이 NBA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들의 활약상을 지켜보는 것이 큰 재미가 될 전망이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