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잠실학생/김민수 인터넷기자] 전희철 감독이 준비한 수비는 리그 최고의 포인트 가드와 국가대표 센터의 2대2게임을 완벽하게 잡아먹었다.

서울 SK는 25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수원 KT와 2차전에서 86-70으로 승리했다.

4쿼터 한때 23점 차까지 벌어진 완벽한 승리였다. 이로써 SK는 시리즈를 2-0으로 리드하게 되었고, 챔피언 결정전까지 단 1승만을 남겨놓았다.

이번 시리즈는 SK의 무난한 승리로 끝나는 분위기다. 자밀 워니와 안영준의 MVP 듀오가 건재하고 김선형과 오세근, 두 베테랑의 관록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올해의 감독상을 받은 전희철 감독의 지략까지 더해지니 막을 수가 없다. 마치 관우와 장비를 부리는 제갈공명과 같았다.

2차전을 앞두고 만난 전희철 감독은 허훈과 하윤기에 대한 공략법을 설명했다. 허훈의 공략법은 간단했다. 어떻게든 허훈의 체력을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전희철 감독은 “훈이가 12개의 어시스트를 뿌리는 것보다 24점을 넣는 것이 낫다. 혼자 득점하고, 북 치고 장구 치는 것이 더 낫다. 훈이가 혼자 하다가 지쳐서 움직이지 않으면, 다른 선수들이 움직이지 않고 허훈만 바라본다. 그게 더 낫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세 명(최원혁, 오재현, 김태훈)이 붙을 수 있기 때문에 체력전에서 유리하다. 만약 한명밖에 없었으면 힘들었을 것이다. 수비가 더 체력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세 명을 돌아가면서 붙여서 훈이의 힘을 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날 허훈은 5점 6리바운드 6어시스트에 그쳤다. 2점슛을 8개 시도해 2개 넣는데 그쳤고, 3점슛은 7개를 시도해 모두 놓쳤다.

경기 후 전희철 감독은 “다들 자기 역할을 잘해줬다. 특히 수비수 세 명이 훈이 체력이 방전될 정도로 강하게 몰아줬다”며 수비에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전희철 감독이 준비한 수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허훈과 하윤기의 2대2 게임에 대한 완벽한 수비도 준비했다.

전희철 감독은 “훈이와 하윤기의 2대2게임 때 하윤기가 다이브(골대를 향해 들어가는 움직임)를 하면 훈이가 하윤기를 향해 띄어주는 패스를 막으라고 지시했다. 그 공이 들어가면 그냥 2점을 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는 스크리너를 막는 수비수가 헷지(볼 핸들러를 견제하는 움직임)를 나갔다가, 돌아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통 그러면 볼 핸들러가 공을 숨기느라 제때 패스를 뿌리지 못한다. 하지만 정규 시즌 때 그 수비를 했더니 훈이가 그 순간에도 패스를 다 뿌리더라. 밑으로든 위로든. 그래서 최대한 윤기한테 주는 것보단 차라리 훈이가 쏘게끔 할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하윤기를 막는 최부경과 오세근은 허훈을 막던 오재현과 최원혁이 하윤기의 스크린에 걸리더라도 허훈을 견제하기보단 골밑으로 내려와 하윤기의 움직임을 억제했다. 하윤기를 향한 패스가 어려워진 허훈은 직접 슛을 시도하거나, 다른 선수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하윤기는 4강 플레이오프 두 경기 평균 5점에 그쳤다. 하윤기의 올 시즌 평균 득점인 10.2점에 절반도 못 미치는 기록이다.

허훈은 올 정규 시즌 SK를 상대로 10.4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상대한 9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어시스트를 올렸었다. 하지만 이번 4강 플레이오프에서 허훈이 기록한 어시스트는 평균 4개에 불과하다.

정규 시즌 데이터를 바탕으로 세운 전희철 감독의 수비. 허훈과 하윤기가 못 한 것이 아니라, 전희철 감독과 SK의 준비가 완벽했던 것이다.

#사진_유용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