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이규빈 기자] 우연히 얻은 기회였으나, 쿠밍가는 여전히 아쉬웠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24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도요타 센터에서 열린 2024-2025시즌 NBA 서부 컨퍼런스 플레이오프 1라운드 2차전 휴스턴 로켓츠와의 경기에서 94-109로 패배했다. 이 패배로 시리즈 전적은 1승 1패, 3차전은 골든스테이트의 홈구장에서 열린다.
이날 골든스테이트는 패배보다 큰 타격이 있었다. 바로 지미 버틀러의 부상이었다.
1쿼터 종료 2분 30초를 남긴 상황, 휴스턴의 스티브 아담스가 리바운드 경합 과정에서 동료 아멘 탐슨을 밀었고, 이 탐슨이 밀려 넘어지는 과정에서 옆에 있었던 버틀러가 위험한 자세로 추락한 것이다.
버틀러의 추락 장면은 보기에도 아찔했다. 착지 동작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엉덩이와 골반이 위험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버틀러는 곧바로 라커룸으로 향했고, 결국 이날 경기에 복귀하지 못했다.
골든스테이트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악재였다. 심지어 1쿼터에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에 남은 시간을 운영하는 전략을 통째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스티브 커 감독은 완전히 구상에서 배제했던 조나단 쿠밍가를 투입했다. 쿠밍가는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부터 플레이-인 토너먼트,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단 1분도 출전하지 못한 상태였다. 버틀러의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쿠밍가를 투입한 것이다.
이날 경기에서 쿠밍가는 왜 커 감독이 자신을 배제했는지 증명했다. 쿠밍가에게 기대하는 부분은 공격력이다. 쿠밍가는 신인 시절부터 득점에는 일가견이 있었고, 지난 시즌부터는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주무기는 자유투 획득과 골밑 돌파로, 3점슛을 비롯한 외곽슛에는 약점이 있으나, 그래도 위협적인 공격수다.
하지만 쿠밍가의 공격은 전혀 위력적이지 않았다 . 야투 12개를 시도해 4개 성공에 그쳤고, 장기인 자유투 획득도 2개에 그쳤다. 꾸준히 지적받던 어이없는 슛 셀렉션과 아쉬운 시야는 여전했다. 이정도 활약이면 쿠밍가를 활용할 이유가 없다. 또 수비에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쿠밍가가 밀려난 이유는 버틀러 영입 때문이다. 버틀러는 쿠밍가와 마찬가지로 3점슛을 비롯한 외곽슛에 약점이 있고, 골밑 돌파와 자유투 획득에 장점이 있는 선수지만, 쿠밍가와는 영향력이 차원이 다르다.
무엇보다 동료를 봐주는 시야가 너무나 훌륭하고, 볼 핸들링 기술도 좋으므로 거의 턴오버가 없다. 이런 능력 때문에 3점슛이 없지만, 스페이싱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커녕 코트에 있을 때 스페이싱이 훨씬 좋아지는 선수다.
수비 능력도 차원이 다르다. 쿠밍가는 지난 시즌에 괜찮은 일대일 수비 능력을 보였으나, 팀 수비 시스템에는 여전히 녹아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버틀러는 일대일 수비는 물론이고, NBA 최고의 팀 수비수 중 하나로 명성이 높은 선수다.
마이애미 히트 시절 스포엘스트라 감독의 수비 전술 핵심이 바로 버틀러였다. 골든스테이트로 이적한 후에도 드레이먼드 그린과 함께 엄청난 수비를 선보이며 단숨에 정상급 수비팀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이렇게 두 선수의 능력은 차원이 다르지만, 버틀러의 부상이 심하다면 골든스테이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버틀러는 MRI 결과 뼈에는 이상이 없고, 타박상이라고 소식이 나온 상태다. 하지만 타박상이라도 곧바로 경기에 출전할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3차전 버틀러의 출전 가능성은 반반이라도 보도됐다.
결국 버틀러가 나오지 못한다면, 골든스테이트는 쿠밍가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쿠밍가가 2차전 같은 활약을 펼친다면, 골든스테이트에 승산은 없다.
하지만 커 감독은 쿠밍가를 걱정하지 않았다. 커 감독은 "2차전은 버틀러의 부상이라는 갑작스러운 일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전한 것이다. 경기 전부터 명확한 계획을 세우고 출전하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즈의 행방이 갈릴 수 있는 3차전이다. 커 감독의 계획에서 배제됐던 쿠밍가가 승부의 행방을 가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_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