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년 만의 챔프전 진출엔 베테랑들의 숨은 헌신도 있었다.
창원 LG 세이커스는 28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와의 경기에서 76-74로 승리했다.
LG가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할 기회를 잡았다. 현대모비스와의 4강 시리즈를 스윕하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부임 후 3년 연속 4강에 직행한 조상현 감독은 사령탑으로서 처음으로 챔프전에 나선다.
LG는 광풍이 불었던 지난해 이적 시장에서도 유독 변화가 많았던 팀이다. 지난 시즌 팀을 이끌었던 주축 선수들이 대거 떠났고 새로운 얼굴들이 합류했다. 베테랑 허일영 또한 뉴페이스 중 한 명이었다.
팀에서는 뉴페이스지만 리그에서 오랜 경험을 쌓으며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새로운 선수가 많은 다소 어수선한 상황에서 조상현 감독은 허일영에게 주장 역할을 맡겼다.
그는 오리온과 SK를 거치면서 상위권과 하위권을 모두 경험했고 두 팀에서 모두 우승도 거머쥐었다. 어떻게 해야 팀이 강해질 수 있는지 방법을 잘 알고 있는 선수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오리온과 SK, LG까지 3개 팀에서 모두 주장을 맡았을 정도로 리더십에 있어선 일가견이 있다.
그리고 허일영은 조상현 감독을 가장 잘 아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조 감독의 현역 시절 말년에 한솥밥을 먹었고 코치와 선수로서도 오랜 시간을 보냈다. 서로를 잘 알고 있으니 주장과 감독으로서의 소통도 더욱 순조롭다.
LG는 부상 악재 속에 한때 8연패에 빠지는 위기를 겪었으나 상황을 잘 수습,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하

는 반전 드라마를 썼다. 양준석, 유기상 등 성장한 영건들의 역할이 컸고 베테랑들은 또한 숨은 공신으로 활약했다. 조상현 감독은 이번 시즌 인터뷰에서 꾸준히 주장인 허일영의 리더십에 대한 칭찬을 이어온 바 있다.
조 감독은 정규리그 2위를 확정한 뒤 “(허)일영이에게 고마운 점이 많다. FA로 데려왔고 주장까지 맡겼는데 경기 출전에 어려움이 있음에도 선수들을 잘 잡아줬다. 날 너무 잘 알아서 팀이 흐트러질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걸 일영이가 잘 잡았다. 어린 선수들이 덕분에 부담 없이 성장할 수 있었다“며 허일영을 치켜세웠다.
그는 4강 3차전을 앞두고도 “주장인 일영이가 워낙 잘 잡아주고 있어서 분위기는 선수들이 잘 가져가고 있다. 팀이 확 무너지진 않을 것 같다“며 신뢰를 드러냈다. 선발 라인업에 경험 많은 선수가 부족한 만큼 플레이오프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의 존재는 큰 힘이 된다.
조 감독만이 허일영에게 신뢰를 보내는 게 아니다. 띠동갑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유기상과 양준석 또한 허일영에 대한 믿음과 그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유기상은 챔프전 진출에 성공한 후 “감독님께서 이전보다 더 열리신 마음으로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신다. 그 과정에 있어서 일영이 형이 정말 많이 감독님과 소통하셨다. 코치님들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희생이 많으셨고 고참 형들이 벤치에서 속으로는 아쉽겠지만 티를 내지 않고 보듬어주는 분위기가 우리의 변화이지 않나 싶다“며 공을 돌렸다.
전성기는 지났지만 나이 대비 기량도 여전히 출중한 허일영이다. 로테이션 멤버로 활약하고 있고 정확한 슈팅과 장신 신장을 활용한 리바운드는 여전히 건재하다.
이제 허일영은 서로 다른 세 개의 팀에서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도전한다. KBL뿐만 아니라 다른 리그에서도 흔치 않은 일. 그간 쉽게 넘지 못했던 4강을 3전 전승으로 통과한 만큼 LG 선수단의 기세 또한 상당한 상황이다.
사진 = 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