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정다윤 인터넷기자] 한승희가 오랜만에 연세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29일,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체육관에서 2025 KUSF 대학농구 U-리그 연세대와 명지대의 맞대결. 관중석 한켠에선 눈길을 끄는 인물들이 잇따라 모습을 드러냈다. 시즌을 마친 프로 선수들이 오랜만에 대학 코트를 찾은 것. 그 가운데, 안양 정관장 한승희(26, 196cm)도 있었다.
취재진과 만난 한승희는 “시즌이 끝나면 한번 오고 싶었다. 같은 팀 (김)경원이 형, (박)정웅이랑 함께 왔는데, 와보니 가스공사 (양)재혁이 형이랑 (신)승민이도 있더라. 군대 가기 전 이후로 처음이라 오랜만에 후배들도 보려고 왔다. 이규태, 강지훈, 이주영이 특히 잘하는 것 같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온 박정웅과의 에피소드도 웃으며 풀어냈다.“정웅이는 오지 말라고 농담을 하긴 했지만(웃음), 대학을 거치지 않고 바로 프로로 온 만큼, 대학교 분위기나 캠퍼스를 함께 둘러봤다”며 덧붙였다.
봄기운이 가득한 캠퍼스는, 한승희에게 대학 시절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켰다. “대학 때도 지금처럼 에너지 넘치고 파이팅은 여전했다. 공부는 잘 못했지만, 일반 학생들 수준이 워낙 높다 보니 부족함이 있긴 했다다. 그래도 학생으로서 기본은 지키려고 했다”고 회상했다.
운동선수로 바쁜 나날을 보냈지만, 성실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한승희는 “수업 시간에 잠을 자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몇몇 과목은 특히 열심히 듣고, 시험 공부도 최선을 다했다”며 덧붙였다. 농구와 학업, 두 가지를 모두 놓치지 않으려 했던 태도에서는 ‘학생 선수’로서의 책임감이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시즌을 돌아보면, 정관장은 끝자락에서 출발해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기적을 썼다. 비록 울산 현대모비스에 막혀 길을 멈췄지만, 과정만큼은 누구보다 단단했다. 그 흐름 속에 한승희는 정관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조각이었다.
한승희는 이번 시즌을 돌아보며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제대 후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박)지훈이 형을 비롯한 고참 형들과 함께 버텨냈고, 결국 6강까지 올라가게 돼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다음 시즌에는 시즌 초반부터 흐름을 잘 타서 치고 나가는 팀이 되겠다.”
특히 그가 보여준 성장곡선은 특별했다. 상무 복무 중에도 200~300개의 슛을 던지며 슛 감각을 끊임없이 다듬었다. 작년 11월 29일 복귀전을 시작으로 44경기 평균 18분 출전하며 6.3점 3.5리바운드, 3점슛 성공률 상승, 대부분 지표에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기록이었다. 전역 시즌을 함께한 상무 동기 들이 부상에 흔들릴 때도, 유일하게 끝까지 제자리를 지켰다. 꿋꿋이 완주하며, 팀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또렷하게 새겼다. 한승희는 정관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조각이었다.
한승희는 “군대라는 곳은 어떻게 생각하면 막연히 시간을 흘려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난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았다. 대학 졸업 후 프로로 와서 많이 뛰지 못했던 게 서럽기도 했고, 무시당하는 기분도 싫었다. 그래서 상무에서 죽기살기로 운동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변)준형이 형, (전)현우 형, (우)동현이 형도 다 열심히 했지만, 내가 운 좋게 시합도 많이 뛰고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칠 수 있었다”며 겸손한 자세를 취했다.
겉으로 보이는 기록 이면에는, 실패와 서러움, 이를 악물고 버틴 시간이 있었다. 그는 꺾이지 않는 근성으로 스스로의 길을 열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