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통영/정병민 인터넷기자] “용산? 무룡? 어느 팀이랑 맞붙어도 자신 있다고 했죠? 약속 지켜서 참 다행이네요”
경복고는 9일 경상남도 통영시 통영체육관에서 열린 2025 연맹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 통영대회 겸 제 33회 한중일 주니어 종합경기대회 대표 선발전 남고부 결승에서 용산고를 79-66로 눌렀다.
이날 경복고는 대회 기간 중 가장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며 극강의 용산고를 60점대로 묶는 짠물 수비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용산고 1옵션 에디다니엘의 공격 효율성을 확 끌어 낮춘 게 크나큰 승리 요인으로 작용했다.
경복고 이지원 코치도 용산고와의 결승전을 앞두고 수비 준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경복고가 진심으로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 알 수 있는 40분이었다. 더불어 전반기 3개 대회 통틀어 용산고가 70점대 미만 득점 경기를 한 것이 이번이 두 번째였다.
대회 기간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MVP 트로피는 2학년 윤지훈에게 돌아갔다. 윤지훈은 한번의 트리플더블 포함 7경기 평균 16점 7.2리바운드 8.8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하는 전방위 활약을 펼쳤다.
윤지훈은 “우승할 줄 몰랐다. 코트에 나선 5명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잘해준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 MVP란 최우수선수상도 진짜 생각하지도 못했다. 코치님, 동료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며 우승 소감과 MVP 수상 소감을 전했다.
MVP를 수상한 윤지훈도, 임성인 코치를 도와 경복고를 이끌고 있는 이지원 코치도 대회 기간 내내 공통적으로 언급한 단어는 ‘수비’였다.
윤지훈은 “(송)영훈이 형과 (김)호원이 형이 돌아가면서 에디다니엘을 수비하려 했다. 근데 호원이 형이 발목 부상을 입으며 영훈이 형에게 많은 부담이 가해졌다. 생각보다 너무 잘 막아줬고 옆에선 쌍둥이 형 (윤)지원이가 도움 수비를 완벽하게 하니 다니엘이 아무것도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윤지훈의 말대로 이번 대회 우승의 숨은 MVP는 누가 뭐라 해도 송

영훈이다. 윤지원과 윤지훈 쌍둥이 형제가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했지만 골밑에서 블루워커 역할로 희생해주는 송영훈이 없었다면 장담컨대 경복고의 우승은 쉽지 않았을 것.
송영훈은 인사이드에서 상대 빅맨 수비는 물론이고 공격에서도 한 단계 스텝업한 모습으로 많은 힘이 되어줬다. 윤지훈도 인터뷰 내내 송영훈의 칭찬을 끊임없이 말해왔다.
윤지훈은 “내가 느끼기에도 (송)영훈이 형이 없었다면 우승은 절대 못 했을 것이다. 존재만으로도 도움이 됐다. 공격과 수비 모든 곳에서 최선을 다해줬다. 어쩌면 나보다 더 이번 대회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했다.
경복고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연맹회장기 2연패와 동시에 올 시즌 첫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게 됐다. 유일하게 올 시즌 용산고 상대로 상대 전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팀이 되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업적을 달성하기까지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주축 선수들이 대거 졸업하면서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화됐고 뚜렷한 에이스의 부재로 ‘우승권 전력일까?’라는 질문에 섣불리 대답이 이전만큼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날 증명한 것처럼 3학년 이학현이 완벽한 포인트가드로 발돋움했고 윤지원-윤지훈-송영훈이 희생하는 플레이와 개인 능력에서 눈을 뜨며 다시 완전체 전력을 갖춰가고 있다.
윤지훈은 “이번 대회부터 마음을 확실하게 다잡고 우승해보자고 했다. 무룡고 경기가 위기였는데 코치님이 잘 도와주셨고 결승전에 모든 힘을 다 쏟아붓자고 다짐했었다”는 말을 전했다.
이번 대회를 쭉 지켜본 한 프로 관계자는 경복고 경기에 “쌍둥이 경기력이 너무 좋다. BQ가 뛰어나고 완급 조절을 할 줄 안다”며 칭찬한 바 있다.
삼선중 6관왕의 주역으로 중학교 시절부터 많은 각광을 받아왔던 윤지훈은 고등학교 레벨에 와서도 한층 업그레이드된 본인의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윤지훈은 “(윤)지원이도 공격에서 잘 풀어주고 (이)학현이 형이 수비를 너무 잘해주고 있다. 둘 이외에도 모든 선수가 제 역할을 해주니 내 부담감이 확 줄어든 것 같다. 그러면서 플레이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이야기했다.
계속해 윤지원은 “다만, 아직 내가 다른 선수와 비교했을 때 경기 보는 능력이 떨어지고 너무 머리만 박고 공격한다는 외부적인 시선이 있더라. 앞으로 그 점을 보완해서 더 완벽한 선수가 되겠다”는 비장한 각오도 덧붙였다.
#사진_박상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