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저희 그래도 끝에는 괜찮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 않나요?“

지난해보다 떨어진 경기력.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를 바라보는 냉정한 평가다.

작년 정규 시즌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우승을 차지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던 KIA는 올 시즌 중위권과 하위권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때 팀 순위가 9위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7위와 6위를 오르내리면서 상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승률을 크게 끌어올리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도 3연패 이후 고척 원정에서 2연승을 거뒀고, 1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도 마지막 난관을 극복하며 5대4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의 주역은 박찬호였다. KIA는 팀 타자들 전체가 9이닝 동안 안타 3개를 때려낸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1번타자 박찬호가 1회부터 2루타에 3루 도루까지 성공시키면서 발로 선취점을 만들었고, 1회 포함 총 3개의 도루로 상대 배터리를 흔들었다. 홈런 없이, 그것도 안타 3개로 KIA가 이날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박찬호는 “분석할 때부터 오늘 뛸 수 있겠다 싶어서 적극적으로 시도를 해보려고 했다. 다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라면서 “타이밍을 뺏는데 집중을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인천 전광판에는 타자들의 OPS가 쭉 나오는데, 제가 여기 들어가도 되나 싶더라. 모두들 성적이 너무 좋다. 그래도 감독님이 이런 모습을 바라고 계속 1번에 놔주시는거라 생각한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프로 데뷔 후 한 경기 3도루는 처음이다. 박찬호 스스로도 “정말 3도루가 한번도 없었나“하며 의아해할 정도다. 그는 “도루왕을 두번이나 했는데 3도루가 없었나 싶다“며 웃었다.

올해도 유력 우승 후보로 꼽혔던 KIA가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지 않아 선수단 전체적으로 고민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박찬호는 “투타 양면으로 이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시즌을 치르다보면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를거라고 믿고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면서 “그래도 어린 후배들이 올라와서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면 팀에 굉장히 도움이 된다. 꼭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 같다. 어린 선수들이 튀어나와주는 것을 보니까, 그래도 우리 끝에는 괜찮을 것 같다. 결국에는 순위를 찾아갈거라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결국 모든 것은 누적된다. 일단 1승, 1승씩을 쌓다보면 다시 지난해 면모를 되찾을 수 있다. 지난 7일 고척돔 충격의 역전패 이후, 이날 SSG전 진땀승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끝까지 승리를 지켜내는 집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인천=나유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