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실=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프로 선수는 성적이 떨어지면 당연히 한마디 들어야 되는 게 맞는데, 그건 둘째 치고 자존감이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NC 다이노스 포수 박세혁(35)은 올해 2012년 프로 데뷔 이래 가장 험난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박세혁은 2023년 시즌을 앞두고 생애 첫 FA 자격을 얻어 NC와 4년 총액 46억원 계약에 성공했다. NC는 박세혁이 포수 사관학교로 불리는 두산 베어스에서 2019년부터 안방마님으로 뛴 경험에 투자했다. NC는 일찍이 김형준(26)을 간판 포수로 키우고 있었지만, 박세혁과 같은 경험 많은 포수도 분명 필요했다.
박세혁은 NC 이적 이후 냉정히 '안방마님'으로 불릴 입지를 굳히지 못했다. 2023년 88경기, 2024년 82경기로 두산 시절과 비교해 출전 기회가 확연히 줄었다. 우선 NC가 1번 포수로 김형준을 키운다는 목표와 의지가 뚜렷한 팀이었고, 박세혁은 김형준의 체력을 안배하는 수준에서 출전 기회를 이어 갔다. 젊고 유망한 선수를 키우는 구단의 계획은 충분히 납득이 된다.
박세혁 개인적으로는 46억원 밥값을 해내기 위해서 출전 시간을 더 확보해야 했다. 지난 2년 동안 겨울마다 미국에서 타격 레슨을 하고 있는 강정호를 찾아간 배경이다. 박세혁 스스로 타격에서 약점을 인정하고, 보완하고자 애를 썼다.
하지만 올해 박세혁의 시즌 성적은 참담하다. 21경기에서 타율 0.088(34타수 3안타), 1홈런, 3타점에 그쳤다. 두산 유망주 시절 백업으로 뛸 때도 받아본 적 없는 성적표였다. 올해는 1번 포수 자리를 김형준에게 완전히 내준 상황이라 안그래도 떨어져 있는 타격감과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기가 더더욱 쉽지 않았다.
1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더블헤더 제1경기에서는 문책성 교체로 좌절하기도 했다. 김형준이 무릎 부상으로 이날 더블헤더 모두 출전이 어려워지면서 박세혁이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는데, 1회말 2차례 수비 실책으로 4실점하는 과정에 박세혁이 있었다. 포수로서 선발투수 로건과 호흡 등을 고려해 전체적인 분위기 환기 차원에서 이호준 NC 감독은 박세혁을 2회초 첫 타석을 앞두고 대타 안중열로 교체했다. 박세혁 외에도 유격수 김주원, 2루수 서호철 등 실책에 가담한 선수들이 차례로 문책성 교체됐다. 다행히 NC는 교체 선수들의 활약 속에 11-5 역전승을 거뒀다.
이 감독은 이어서 열린 더블헤더 제2경기에도 박세혁을 선발 포수로 기용했다. 사실상 제1경기에서 선발과 다름없이 뛴 안중열의 체력 안배가 필요했기 때문

. 박세혁은 곧장 찾아온 만회할 기회를 놓치지 않고 꽉 붙잡았다. 2-2로 맞선 3회초 2사 만루에서 박세혁은 우전 2타점 적시타를 때려 4-2로 거리를 벌렸다. 덕분에 NC는 5-2 승리로 7연승을 질주하며 단숨에 7위에서 4위까지 올라설 수 있었다.
박세혁은 경기를 마친 뒤 문책성 교체와 관련해 “선수는 교체되면 빠질 수밖에 없다. 그냥 덤덤히 받아들이려고 했다. (교체 후 벤치에 있으면서) 너무 집중하지 않았나, 너무 욕심부리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제2경기에서 조금 편하게 해보자고 생각했던 것 같고, 좋은 결과가 있었다. 좋은 수비가 많이 나와서 수비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진짜로 (최)성영이가 승리하는 데 많은 수비 도움을 받아서 버티고 점수를 안 주고 이길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더블헤더 제2경기 전까지 박세혁의 시즌 타율은 0.067에 불과했다. 좀처럼 오르지 않는 수치가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만, 타율을 보지 않고 팀에 도움이 되는 타격만 하자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
박세혁은 “타율은 낮지만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 타율보다는 그래도 고참인데, 조금 팀이 이기고 연승을 이어 가는데 조금이나마 진짜 1승 해야 할 때 힘을 줄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결승타를 칠 수 있었던 건, 진짜 벤치에 있는 베테랑 선수들이 많이 응원을 해줬다. 모든 선수들이 내가 나갈 때면 응원을 많이 해 준다. 여태까지 성적이 안 좋았지만, 오늘(11일) 그 응원을 받아서 팀원들한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결승타가 반등의 계기가 되길 기대했다. 박세혁 스스로 최근 타격에서 밸런스가 조금씩 좋아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박세혁은 “밸런스가 조금 괜찮아지고 있는 것 같아서 잘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은 조금 (성적이) 떨어져 있지만, 프로 선수는 성적이 떨어지면 당연히 뭐라고 한마디 들어야 하는 게 맞다. 그것은 둘째 치고 조금 자존감이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기분 좋은 적시타가 나와서 좋다“고 했다.
NC가 7연승을 질주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만큼 베테랑으로서 팀에 도움이 되도록 계속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세혁은 “우리 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다. 베테랑들이 역할을 하지 않으면 어린 선수들이 베테랑이 많은 상대 팀이랑 붙으면 주눅이 많이 들더라. 나도 벤치에 있지만, 더그아웃에서 어린 투수들이랑 교감하고 '이런 상황에서는 한번 마음먹고 던져봐라'라는 말도 많이 해준다. 오늘은 (김)녹원이가 어린 투수인데 잠실야구장에서 주눅 들지 않고 씩씩하게 던져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고맙다고 했던 것 같다. 베테랑들이 지금 노력을 정말 많이 하고 있는데,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순위는 올라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잠실=김민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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